▲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만취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치어 숨진 윤창호씨의 친구들과 함께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음주운전자 강력 처벌을 위한 법률을 마련하는 '윤창호법' 발의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김홍배 기자]"창호의 영정 앞에서 마지막 약속을 했습니다. 평생에 걸치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우리나라에서 음주운전으로 인한 억울한 피해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창호와 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해주세요."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숨진 고(故) 윤창호(22)씨 친구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섰다. 

음주운전 초범 기준과 음주 수치 기준을 강화하고, 만취 운전자에 대해서는 가중 처벌하는 내용의 '윤창호법' 통과를 촉구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윤씨의 고등학교 동창 예지희씨는 "3년 전 임신한 아내에게 크림빵을 사가던 가장이 음주운전 차량 때문에 사망했고, 올해 여름엔 음주운전 차량에 동승한 20대 대학생과 30대 뮤지컬 배우가 숨졌다"며 "그로부터 2개월 후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온 제 친구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세상을 떠났다"고 울먹였다.

예씨는 "이제는 안일함을 버리고 모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술 마신 상태로 운전하지 않겠다는 다짐 한 번, 음주운전 차량을 신고하는 용기,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을 말리는 말 한 마디가 모여서 절대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휴학을 하며 윤창호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는 대학 동창 김민진씨는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라며 "음주운전 사고가 꿈과 열정이 가득찼던 너무도 소중한 창호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예고 없는 음주운전 피해는 불특정 대다수 국민이 대상"이라며 "창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국회에서 신속하게 법을 처리해달라"고 호소했다.

서명운동에는 하태경, 권은희,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도 참석했다.

하 의원은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술을 먹고 운전대를 잡았다"며 "주위의 음주운전자를 말려야 할 사람이 음주운전을 한 것은 통탄할 일"이라고 규탄했다.

하 의원은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묻지마살인'"이라며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윤창호법이 심의 중이다. 연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종천 의전비서관
한편 이날 새벽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다.

김 비서관은 이날 오전 0시35분께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청와대 비서실 소속 차량으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됐다. 동승했던 이들은 의전비서관실 여직원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김 비서관은 대리기사를 부른 후 기사를 만나기로 한 장소까지 100m 가량 운전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20%였다고 밝혔다.

김 비서관은 적발 이후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한 뒤 사직서를 제출했다. 임 실장의 보고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사표 수리를 지시했다.

청와대는 신속하게 김 비서관의 사직 절차에 들어갔지만, 최근들어 청와대에서 비슷한 문제가 잇달아 불거지면서 청와대의 내부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 10일에는 대통령경호처 5급 공무원 유모씨가 서울 마포구의 한 술집에서 만취한 상태로 30대 남성을 폭행하고 경찰서에서 난동을 부렸었다. 폭행을 당한 남성은 코뼈가 부러지는 등 상해를 입었다. 유씨는 경찰서에서 "내가 누구인줄 아느냐"며 욕설을 하고 행패를 부린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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