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다친 후배를 두고 도망쳤던 20대가 구속됐다. 사고 하루 뒤 숨을 거둔 후배는 전역을 앞둔 해군으로 가해 운전자로 덤터기까지 써야 했다.

26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모(24)씨는 지난 9월 25일 해군 복무 중 전역을 앞두고 마지막 휴가를 나와 음주 교통사고로 숨졌다. 이씨를 사망하게 한 피의자는 고등학교 때부터 이씨가 믿고 따르던, 태권도를 하며 알게 된 선배 조모(25)씨 였다.

이들은 지난 24일, 안산시 중심가에서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술을 마신 뒤, 조씨가 운전하는 조씨의 어머니의 차량을 타고 강남 인근으로 가던 중이었다. 4차까지 이어진 술자리에 두 사람 다 만취 상태였다. 
  
약 30km의 거리를 이동한 후 강남역 인근에서 유턴하려던 조씨의 차량은 반대편에서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달려오던 택시와 부딪쳐 크게 2차례 회전하며 굴렀다. 
  
두 사람 모두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고, 조수석에 앉아 있던 이씨는 충격으로 열린 차문을 통해 튕겨 날아가 머리를 크게 다쳤다. 조씨도 조수석 쪽으로 밀려나면서 차 밖으로 나왔지만, 충돌 초기 에어백이 터지면서 얼굴에 찰과상 외에는 크게 다친 곳이 없었다.

그런데 운전자 조 씨는 사고 직후 심하게 다친 이 씨를 남겨놓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사고 다음 날 경찰서에 출석한 조 씨는 이미 숨진 후배가 운전했다고 책임을 미뤘다.

경찰은 수사 초기 조씨의 진술에 따라 사망한 이씨가 운전한 것으로 보고, 이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했다. 사고 2시간이 지난 오전 7시, 이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7%였다. 조씨는 25일 오후 3시 첫 조사를 받았고,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는 0.000%였다.
  
그러나 조씨의 진술과 다른 정황이 계속 나오자, 경찰은 조씨의 음주 및 운전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그들이 다녔던 술집을 일일이 다 찾아다녔다. 결국 이들이 1인당 ‘소주 900ml, 생맥주 300cc'씩 마신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역추산한 조씨의 사고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는 0.109%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이번 사건을 맡은 김동연 팀장은 “만취 운전임을 밝히려고 안산을 7-8번 넘게 가고, 가게를 10군데 넘게 뒤지느라 수사 기간이 오래 걸린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조씨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및 사고미조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혐의로 지난 19일 구속, 23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조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음주운전 사고로 후배를 크게 다치게 한 것이 두려워 도망쳤다"고 뒤늦게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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