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SBS뉴스 캡쳐
[신소희 기자]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이 국가연구비를 횡령한 혐의로 직무 정지될 예정이다.

2일 SBS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30일 '신 총장의 직무를 정지시켜달라'라고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카이스트 이사회로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그제 오후 관련 공문을 접수했다."라며, "이사회 논의와 행정절차를 거쳐 신 총장의 직무 정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3일 신 총장의 직무는 정지될 예정이다.

앞서 과기부는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과 신 총장의 제자 임 모 씨,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디지스트' 교수 등 4명을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신 총장은 디지스트 총장으로 재임하던 2014년부터 미국의 물리학연구소에서 근무 중인 자신의 제자 임 모 씨를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겸직교수로 채용한 뒤, 급여를 부당하게 지급하게 한 혐의로 과기부 감사를 받고 있다.

신 총장의 제자 임씨는 3년여 동안 디지스트 교수로 근무하며 1억 4천만 원을 급여로 받았지만, 실제 연구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걸로 과기부 감사에서 밝혀졌다.

신 총장은 또, 미국 연구소의 연구장비를 무상사용한다는 조건으로 한국연구재단과 대구시·달성군에서 연간 9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았지만, 연구장비 사용료 명목으로 별도의 국가연구비를 편성해 2014년부터 올해까지 22억여 원을 제자 임 씨가 근무하는 미국 연구소로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으로 건네진 연구비의 절반가량이 임씨의 인건비 등으로 쓰였으며, 이는 신 총장이 국가연구비를 빼돌려 제자 임씨의 경제적 이득을 챙겨준 부정한 행위라고 과기부는 판단했다.

당시 미국과 맺은 계약으로 오는 2021년까지 추가로 국가연구비 13억여 원을 미국 연구소로 더 보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부는 검찰 고발과 별도로, 신 총장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 지난해 신 총장 취임 이후 카이스트가 추진해온 연구사업 전반에 대해 확인할 방침이다.

감사에서 추가 비위 사실이 드러나면 과기부는 해임 등 신 총장에 대한 중징계를 카이스트 이사회에 권고할 방침이다.

신 총장의 측근인 카이스트 관계자도 "과기부가 디지스트 내부 문건과 신 총장을 포함한 연구 관계자들의 이메일 등을 확보해 분석작업을 마쳤고, 당시 연구에 참여한 관계자들도 '미국으로 돈을 보내면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신 총장 지시로 연구비를 보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신 총장은 "후배 연구자들을 신뢰해 그들이 올린 서류를 총장으로서 관행적으로 결재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제자가 뛰어난 연구자여서 지원한 것일 뿐, 개인적으로 특별히 가까운 사이거나 이해관계가 있어 도운 것은 아니며, 금전적 이득을 취한 것도 없다고"라고 말했다.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 누구?

신성철 KAIST 총장은 국내 물리학계를 대표하는 세계적 석학이다. 날카로운 분석력과 함께 다방면에 걸친 통섭형 지식을 바탕으로 미래 시대를 예측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경기고와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신 총장은 KAIST에서 고체물리 석사를 받은 후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재료물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이스트만 코닥연구소 수석연구원을 거쳐 1989년 KAIST 교수에 임용돼 학생부처장, 국제협력실장, 기획처장, 나노과학기술연구소 초대소장, 부총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쳐 KAIST 출신 첫 총장에 임명됐다.

특히 학문적 성과도 탁월해 나노자성학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나노자성체 스핀(물체가 자성의 특성을 가지는 원인) 동력학을 연구하는 '나노스핀닉스' 연구를 개척했으며, 자성학 분야의 오랜 난제인 2차원 나노 자성박막 잡음 현상을 처음으로 규명해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이 분야에서 310여 편의 논문 게재, 37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이같은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2008년 자성학 분야 한국 과학자 최초로 미국물리학회 석학회원으로 선정됐으며, 2016년 국내 과학자 중 처음으로 '아시아자성연합회(AUMS)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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