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보석 기간 중 음주와 흡연을 해 '황제보석' 논란이 불거진 이호진(56) 전 태광그룹 회장의 보석이 취소됐다. 이 전 회장은 서울 중구 장충동 자택에서 구속될 예정으로, 서울 남부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게 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영준)는 이날 검찰이 낸 이 전 회장에 대한 보석 취소 검토 요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전체적으로 건강 상태가 보석을 결정할 당시만큼 긴급한 의학적 조치가 필요한 정도가 아니다"라며 "보석 결정 당시 예상됐던 공판 진행 장기화 사유가 소멸했다"고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범죄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검찰은 "이 전 회장의 혐의는 대법원을 거쳐 사실상 확정된 상태로 중한 처벌을 모면하기 위해 도주할 염려가 매우 높다"며 "새로운 주장을 하며 시간을 끌고, 새로운 진술을 내놓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도 있어 보석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국 교도소·구치소에는 288명의 암 환자가 수용돼 있는데 이 가운데 63명이 간암 환자"라며 "이 전 회장과 같은 3기 이상의 간암 환자는 16명이 있다. 모두 수용 시설에서 적절한 치료와 수술을 받고 있으니 이 점을 감안해달라"고 했다.

이날 결정으로  지난 2012년 6월29일 보석이 인용돼 불구속 상태로 지내던 이 전 회장은 2359일 만에 다시 구속 신세가 됐다.

앞서 이 전 회장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간암 치료 등 이유로 2011년 3월 말 구속 집행이 정지됐다. 이후 2심은 간암 수술 등을 이유로 보석을 허가했다.

하지만 최근 이 전 회장이 지난 6년여간 음주·흡연을 하고 떡볶이를 먹으러 다니는 등 행적이 드러나면서 황제보석 논란이 불거졌고, 검찰은 지난달 13일 법원에 보석 취소 검토를 요청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12일 열린 자신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 재파기환송심 1차 공판에서 재벌 특혜가 아니라며 반박했다.

이 전 회장 측 변호인은 "보석은 불구속 재판 원칙의 결과"라며 "구속재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재벌 특혜라고 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배후 세력이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 아니냐"면서 "일반 국민들은 꼭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재벌이 떡볶이를 먹냐고 불쌍하게 보기도 했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세금계산서 없이 대리점에 섬유제품을 판매하는 '무자료 거래'를 하고 가족과 직원 급여 등을 허위로 회계 처리하는 등 회삿돈 40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11년 1월 재판에 넘겨졌다. 

주식 및 골프연습장을 저가에 인수하는 등 그룹에 900억원대 손해를 끼치고,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을 포탈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보고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20억원을 선고했다. 2심은 일부 혐의를 무죄로 뒤집되 형량은 유지했다. 다만 벌금은 10억원으로 감액했다.

이후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의 횡령액을 다시 산정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고, 환송 후 항소심은 약 200억원을 섬유제품 판매대금 횡령액으로 인정해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6억원으로 감형했다. 

다만 대법원은 지난달 25일 조세포탈 혐의를 분리해 선고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 전 회장의 재파기환송심 2차 공판은 다음달 16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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