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박항서 매직'이 베트남, 나아가 동남아를 강타했다. 베트남 축구가 10년 만에 동남아 국가대항전인 스즈키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15일 베트남 하노이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1-0으로 이겼다.

원정으로 치른 결승 1차전에서 2-2로 비긴 베트남은 1, 2차전 합계 3-2로 말레이시아를 물리치고 건여 홈 팬들 앞에서 대망의 우승컵을 품에 안으면서 우승상금 30만 달러(약 3억4천만원)를 챙겼다.

특히 조별리그에서 3승 1무를 거둔 베트남은 준결승 1, 2차전에서 필리핀에 2승(2-1승·2-1승)을 거둔 뒤 결승 1, 2차전에서 1승 1무를 기록, 8경기 연속 무패(6승2무)를 질주하며 '무패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스즈키컵에서 베트남이 우승한 것은 2008년 대회 이후 10년 만이다.

이번 우승으로 베트남은 역대 스즈키컵에서 2차례 우승(2008년·2018년), 1차례 준우승(1998년), 2차례 3위(1996년·2002년)의 기록을 남기게 됐다.

특히 박 감독은 베트남을 지휘하면서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역대 첫 준우승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역대 첫 4강 진출에 이어 10년 만의 스즈키컵 우승까지 베트남의 축구 역사를 새롭게 작성하며 '매직 퍼레이드'를 완성했다.

베트남 전역이 응원장…박항서 사진·태극기 물결

이날 베트남 전역이 거대한 응원장으로 변했다.

이날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상대로 한 결승 2차전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 미딘경기장 앞에는 대낮부터 수많은 팬이 몰려 북을 치고 부부젤라를 부르며 '베트남 꼬렌(파이팅)'을 연호했다.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를 흔들며 목이 터지라 '베트남 보딕(우승)'을 외치는 팬들 사이에서 박 감독의 대형 사진과 태극기를 심심찮게 찾을 수 있었다.

특히 미딘경기장 앞에서는 한 베트남 청년이 박 감독과 같은 머리 모양을 하고 안경을 쓴 채 태극기를 어깨에 두르는 등 '박항서 코스프레'를 해 수많은 악수 요청을 받았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10년 만에 스즈키컵 결승에 올려놓은 박 감독의 매직에 베트남 축구 팬들이 얼마나 열광하는지 여실히 느끼게 했다.

베트남 하노이 한인회는 이날 태극기 1만장을 제작해 미딘경기장 앞에서 현지 축구 팬들에게 나눠줘 경기장 안팎이 태극기 물결을 이뤘다.

또 하노이는 물론 베트남 남부 경제중심지 호찌민 등 전역에서 베트남 국기를 매달고 퍼레이드를 하며 박항서호의 선전을 기원하는 이벤트가 펼쳐져 낮부터 도로 곳곳이 정체되기도 했다.

도롯가에는 어김없이 응원 도구를 파는 상인들이 보였다.

이 때문에 하노이 등 주요 도시는 경찰력을 총동원하고 응원 인파가 몰리는 지역에 대한 차량 진입을 통제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에 총력전을 폈다.

한 재래시장 상인들이 일제히 붉은색 티셔츠와 머리띠를 두른 채 장사를 하는 모습도 현지 언론의 카메라에 잡혔다.

유치원 앞에서 붉은 티셔츠를 입고 박항서호를 응원하는 '꼬마 응원단'도 여러 곳에서 포착됐다.

이날 결승전 입장권은 온라인과 암표 시장에서 판매가의 10배 이상으로 뛴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베트남 인터넷 검색 순위 1∼5위 축구

박항서 감독이 잇달아 베트남 축구 역사를 새롭게 쓰면서 축구가 올해 베트남 국민의 최대 관심사였음을 보여주는 통계가 나왔다.

15일 타인니엔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올해 베트남에서 구글 검색 순위 상위 10개 가운데 1∼5위가 모두 축구와 관련된 것이었다.

또 10개 가운데 모두 7개가 축구와 관련된 검색어로 나타났다.

1위는 월드컵이었고, 2위는 박 감독이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10년 만에 결승에 올려놓은 아세안축구연맹(AFF) 컵이었다.

이어 3위는 박 감독이 올해 초 준우승 신화를 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이었고, 4위는 박 감독이 베트남 축구사상 처음으로 4강 진출에 성공한 아시안게임이었다. 5위는 이 같은 국제 축구경기를 생중계한 베트남 국영TV 'VTV'였다.

베트남 네티즌이 가장 많이 검색한 인물도 U-23 챔피언십에서 맹활약한 골키퍼 부이 띠엔 중 선수였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10년 만에 스즈키컵 결승에 올려놓은 박 감독의 매직에 베트남 축구 팬들이 얼마나 열광하는지 여실히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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