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오후 1시12분께 강원 강릉시 저동 모 펜션에서 투숙 중이던 내년도 수능시험을 끝낸 서울 대성고 3학년 남학생 10명 중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이 없는 상태로 강릉아산병원 등 3곳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는 가운데 경찰관들이 사건 현장에서 수사 중이다.
[신소희 기자]강원 강릉시 경포의 아라레이크 펜션에서 수능시험을 끝낸 서울 대성고 3학년 남학생 10명 중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특히 사고로 숨지거나 의식을 잃은 서울 대성고 학생들은 대부분 대학에 합격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9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18일) 병원으로 옮겨진 부상자 7명은 의식은 없으나 미약하나마 자가 호흡 중이며 조금씩 호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펜션 내부에서 측정된 일산화탄소 농도는 150∼159ppm으로, 정상 수치의 8배 가까운 높은 수치로 조사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펜션 내 가스보일러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사고가 난 강릉 펜션의 보일러 배관은 정상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채 어긋나 있고 가스누출경보기도 없는 것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인재 사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경찰은 모든 사고 가능성에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 "인재 가능성에 무게"…보일러 배관 어긋나·가스누출경보기도 없어

한편 이번 사고 원인으로 일산화탄소(CO) 중독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고 학생들은 거품을 물고 구토 중인 채로 발견됐다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학생들은 2층짜리 펜션 건물 전체를 빌려 투숙했다. 이들이 묵은 펜션 건물 2층은 거실과 방이 2∼3개가 있는 복층 구조다.

학생들은 201호에 묶었으며, 발견 당시 2층 방에 2명, 2층 거실에 4명, 2층 복층에 4명 등 10명이 쓰러져 있었다.

소방 관계자는 "사건 현장에서 일산화탄소 농도가 150∼159ppm으로 높게 측정됐다"며 "일반적인 정상 수치는 20ppm 수준"이라고 말했다.

의식이 없는 학생 7명은 강릉아산병원과 고려병원 등에 분산 치료 중이다. 이 중 2명은 헬기로 원주기독병원으로 옮겨 고압산소치료를 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현장을 감식하는 과정에서 1.5m 높이 가스보일러와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18일 밝혔다.

펜션 건물 2층 발코니 끝쪽 보일러실에 놓인 가스보일러의 연통은 실내에서 실외로 빠져나가는 구조다.

경찰은 "가스보일러 배관과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서로 어긋나 있었다"며 "배기가스가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소방당국과 의료계,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이날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원이 간이 측정한 일산화탄소 농도는 150ppm으로 알려졌다. 간이 측정이라 정확한 수치는 아닐 수 있지만 이는 정상 농도(20ppm) 보다는 매우 높은 수치다.

일산화탄소는 탄소가 포함된 물질이 불완전 연소되면서 발생하는 무색, 무취, 무미, 비자극성 가스다. 우리가 호흡할 때 마시는 공기의 20%가 산소인데 그 중 0.2% 정도 소량의 일산화탄소만 포함돼 있어도 매우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산화탄소가 사람의 폐로 들어가면 혈액 중의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산소 보급을 가로막아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이 산소의 결합력보다 일산화탄소와의 결합력이 수백 배로 높기 때문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헤모글로빈이 일산화탄소와 결합한 농도가 혈중 60% 이상이면 무의식·쇼크·질식할 수 있다"며 "70% 이상이면 사망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일산화탄소는 공기중 농도가 800ppm 이상에서 45분 정도 지나면 두통, 매스꺼움, 구토증세를 일으키고 2시간이내 실신하게 된다.

또 1600ppm 이상에서는 20분 정도면 두통을 느끼고 2시간이 지나면 사망에 이르는 등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가져온다.

사고를 당한 학생들의 경우 저농도의 일산화탄소를 오랜 시간 흡입해 자각하지 못했다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2박 3일 일정 체험학습 왔다가"…주민들 "사고 현장 참혹"

사고를 당한 학생들은 서울 은평구 대성고 3학년 남학생들로, 보호자 동의로 단체 숙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도 이들이 개인체험학습을 신청해 여행을 간 것으로 파악된다고 이날 밝혔다.

이들은 2박 3일 일정으로 현장체험을 신청해 강릉으로 왔으며, 지난 17일 오후 3시 45분께 펜션에 투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전날 오후 7시 40분까지 펜션 건물 밖에서 고기 등을 구워 먹었으며, 이날 새벽 3시까지 펜션 건물 2층에서 인기척이 있었다는 진술도 나왔다.

경찰은 "이날 오전 3시까지 건물 2층에 묵고 있던 학생들의 인기척이 있었다는 게 펜션 업주의 진술"이라며 "학생들은 2박 3일 일정으로 해당 펜션을 찾았으며 업주가 중간 점검차 방문한 과정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의 증언에서도 일산화탄소에 따른 사고 가능성을 추정하게 한다.

펜션 인근 주민은 "점심 먹고 집 앞에 오니까 119등이 대거 출동해 있었다"며 "들것에 실려 나온 학생 상당수가 의식이 없었고, 입 주변에 거품 등을 물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 병원 측 "경미하지만 호전 중"…아들 비보에 무너진 억장

부상 학생 7명 중 5명은 강릉아산병원서, 나머지 2명은 원주기독병원에서 고압산소 치료를 받고 있다.

강희동 강릉아산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현재 3명과 2명으로 나눠 고압산소 치료 중이며, 처음 병원에 도착할 때보다 경미하게 호전돼 1명은 자기 이름을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동시에 5명이 응급실에 왔을 때 입에 거품을 물고 의식이 꽤 안 좋은 상태였다"며 "사망자가 있는 것을 보면 집중적으로 가스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환자들이 의식이 없는 게 아니라 대화가 안 될 정도로 의식이 떨어져 있는 상태로 들어올 때보다는 약간 호전 추세"라고 설명했다.

강 센터장은 또 "오늘 고압산소 1차 치료를 하고 내일부터 의식이 어느 정도 좋아질 때까지 하루 2번 고압산소 치료를 할 예정"이라며 "현재 상태에서 사망 가능성은 없어 보이나 합병증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자 치료는 100% 산소를 공급하고 있으며, 의식이 호전될 때까지 주기적으로 고압산소 치료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장학습을 떠난 자녀의 참변 소식을 접한 서울 대성고 학생들의 부모는 충격과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사고 치지 말라고, 다치지 말라고, 조심해서 다녀오라며 신신당부했던 부모들은 아들의 사고 소식에 억장이 무너졌다.

학부모 도안구(47)씨는 인터넷 기사를 보고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다고 했다.

도씨는 "강릉에서 학생 10명이 숨지거나 다쳤다고 해서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고 했다.

◇ 경찰 71명 규모의 수사본부 꾸려 진상 조사…사고 펜션 어떤 곳

사고 직후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려 진상 확인에 나섰다. 이의신 강원지방경찰청 2부장(경무관)을 본부장으로 한 수사본부는 71명 규모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소방청·가스안전공사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공조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고 발생 원인뿐 아니라 건물 관리 등 책임소재에 대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피해자 케어팀을 최대한 동원해 피해자 보호팀을 구성하고 유족 등 피해자 보호에도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한편 참변이 난 강릉 펜션은 농림축산식품부 관할의 농어촌민박 시설로 확인됐다. 지난 7월 농식품부에 의해 농어촌민박으로 지정됐다.

이 펜션은 2014년 4월 사용승인을 받은 건물로 연면적 228.69㎡에 2층 구조다.

이 건물은 준공 이후 소유주가 두 번 바뀌었고, 현재는 임대업자가 소유주로부터 임대해 영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건물은 준공 이후 게스트 하우스로 사용되다 수리해 올해 7월 24일 펜션 영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시설은 매년 6월 전국 지자체가 실시하는 하절기 정기점검은 받지 않았고, 12월 실시되는 동절기 정기점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이번 시설에 대해 불법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다만 아직은 뚜렷한 불법 정황이 나타나지 않았다.

▲ 강원 강릉시 저동 한 펜션에서 수능시험을 끝낸 대성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1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대성고등학교 정문에서 취재진이 취재를 하고 있다.
◇ 서울대성고, 19일부터 3일 휴업

한편 서울교육청은 18일 대성고가 19~21일 임시휴업 한다고 밝혔다. 대성고도 이 같은 사실을 학교 홈페이지에 알렸다. 휴업이 내려지면 학생들은 등교하지 않고 교직원들만 출근한다.

임시휴업 결정은 대성고 교장이 결정해 서울교육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성고 1~2학년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나 학사일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가 사고 수습에 좀 더 집중하면서 애도 기간도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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