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 이혼한 전처를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서울 등촌동 살인 사건’ 피해자 세 딸이 범인인 부친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사법 당국의 정식 절차가 없이 진행된 피의자(아버지)의 직계 자녀의 범죄자 신상 공개에 법적 논란이 예상된다.

2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심형섭) 법정.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김모(22)씨는 "아버지를 엄벌해달라"고 했다. 김씨는 남편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피해자 이모(47)씨의 딸이자, 살인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 김종선(49)의 딸이다. 검찰은 이날 김종선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이날 재판에 들어가기 전, 세 자매는 지난 20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저는 살인자인 아빠 신상 공개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게시물에서 어머니 이모(47)씨를 살해한 범인인 아버지 김종선(49)의 실명과 얼굴 사진을 공개했다. 피의자의 직계 자녀가 사적으로 신상을 직접 공개를 한 것은 전례가 없다

그러면서 “오늘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로부터 60일이 되는 날”이라면서 “살인자(아버지)가 ’돌아가신 엄마와 우리 가족 중 누구를 죽일까‘ 목숨을 가지고 저울질 했다고 하더라. 이에 또 한 번 우리 가족은 불안에 떨고 있다”며 계속되는 불안감을 드러냈다.

게시물을 올린 둘째 딸 김모(22) 씨는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찰 조사과정에서 수 차례 범인의 신상공개를 요청했다. ‘안 된다.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검찰에 부탁했더니 ‘한번 얘기는 해보겠다’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나서 변한 것이 없더라. 수사기관이 요구를 들어줬다면 우리가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 사람(김종선)이 살인자라는 것을 세상이 알 수 있도록, 그가 사회에서 고개 빳빳이 들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언론 보도로 범인의 신상이 공개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피의자 신상공개는 2009년 연쇄 살인범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법 개정을 통해 기준이 세워졌다. 당시 연쇄살인 등 흉악 범죄가 잇따라 터지면서 “피의자 인권 보호보다는 범죄 재발 방지 차원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우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이듬해 흉악범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해당 사건을 수사한 서울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유족이 수사 단계에서 경찰에 신상 공개를 요청한 기억이 없다며 신상 공개를 하지 않았다.

딸들은 앞서 지난 10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우리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간 아빠를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켜 달라”고 썼다. 여기에는 21만 명이 동의했다. 세 자매는 “우리는 피의자의 딸이다. 그러나 피의자의 딸이기 보다 피해자의 딸로 살아갈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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