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중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의 후임 인선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임 실장과 가까운 한병도 정무수석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도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실화 되면 청와대 참모진의 핵심축인 '3실장(정책실·비서실·국가안보실)' 가운데 앞서 교체된 정책실장을 포함해 2명이 바뀐다는 점에서 '2기 청와대 개편'의 성격을 띤다.

임 실장의 교체 가능성을 둘러싸곤 활동 기간과 총선 출마 등을 두루 고려한 자연스런 인사라는 분석이 대체적이지만, 일각에선 문책성 인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로 시작된 문재인 정부 특별감찰반 논란이 그것이다. 6급 수사관에 이어 이번엔 5급 기획재정부 사무관까지 나서서 KT&G 인사개과 청와대의 적자국채발행 압력 논란에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으로까지 전례 없는 볼썽사나운 모양새가 연출됐고 논란의 진원지인 청와대 민정수석실 내에서는 운동권 정치인 출신 비서관과 검찰과 경찰 출신 공무원들이 한 곳에 얽혀 마치 '권력투쟁' 한창인 것처럼 보여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NL계 임종석과 PD계 조국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같은 청와대 내의 '불화'는 이미 예고된 '충돌'이었다는 지적이다.  

지난 5일 선데이저널은 이번 청와대 특별감찰관 논란은 "조 수석과 백 비서관 간 알력다툼이 있다는 설도 있다"고 전했다. 이번 특감반 감찰을 맡은 공직기강비서관실은 김 수사관 외에 또 다른 특감반원들이 골프를 쳤다는 혐의를 파악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감찰 확대를 결정하고, 김 수사관 외에 또 다른 특감반원들에게 휴대전화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 특감반원들은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했고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민정수석실은 이를 사실상의 ‘항명’으로 받아들였고 이 때문에 특감반 전원을 원소속청으로 돌려보내 감찰을 받게 했다는 것이다.

특히 특감반원들 사이에서는 백원우 민정비서관에게 민정수석실의 권력이 쏠려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백 비서관의 경우 민정수석도 아니면서 월권에 가까운 행동을 자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예를 들어 민정비서관이면서도 민정수석실 다른 비서관, 즉 반부패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 산하 전체 민정수석실 직원들에게 전체 문자를 보낸 것은 내부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한 예로 백 비서관은 전체 문자를 통해 특정 대기업을 접촉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매체는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둔 검찰과 경찰의 권력투쟁으로 보거나, 사법개혁을 주도하는 조 수석을 쳐내려는 시각으로 보기도 한다. 어쨌든 청와대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을 한 특감반 직원의 일탈 행동으로 단순화하고 싶겠지만, 이 문제가 청와대발로 언론에 생중계되 듯 보도되면서 사건은 전혀 다른 성격을 띠게 됐다."고 전했다.

▲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해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여 야당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靑, NL(민족해방)계 출신 요직 장악 PD(민중민주)계 출신이 보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11월 6일 국회운영위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주사파와 전대협이 장악한 청와대의 면면을 봤다”며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비판한 것이 화제가 됐다. 임 실장은 “그게 질의냐”고 강하게 반박했다. 주사파는 북한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행동강령으로 삼아 정치운동을 한 학생운동권 내 분파로 전해진다. 임 실장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을 지냈다.

이 질의응답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내각의 학생운동권 출신들이 새삼 주목을 받는다.

당시 ‘신동아’는 청와대 내에 총학생회장 출신이 많다는 점을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여권 인사는 “문재인 정부의 특성을 제대로 알려면 이 정부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운동권 출신들을 보다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운동권도 같은 운동권이 아니고 NL(민족해방)계와 PD(민중민주)계 사이엔 뚜렷한 이념적 차이와 대립 양상이 나타나므로 이런 점까지 반영해 정부 내 운동권 출신 인사들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신동아>에 따르면 수석비서관들을 제외하고도 청와대 내 핵심요직에 두 계파 운동권 출신이 장악하고 있다.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도 전북대가 ‘NL계의 아성’으로 통하던 시절에 이 대학의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원광대 총학생회장 출신 한병도 정무비서관, 국민대 총학생회장 출신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출신 유송화 제2부속비서관, 전북대 총여학생회장 출신 김금옥 시민사회비서관, 제주대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 출신 문대림 제도개선비서관, 국민대 총학생회장 출신 권혁기 춘추관장도 NL계로 분류된다.

전대협 3기 중앙위원을 지낸 유행렬 자치분권비서관실 행정관 등 일부 행정관들도 NL계로 알려져 있다. 오종식 정무기획비서관실 행정관은 고려대 조국통일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는데, 조국통일위원회는 골수 NL계 조직으로 통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입’으로 통하는 신동호 연설비서관은 전대협 문화국장을 지냈다. 1980년대 전대협 문화국은 ‘문화 통일 일꾼’을 자처했다. 신 비서관이 맡은 전대협 문화국장은 골수 NL계 운동권 학생이 거쳐 가는 자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출신인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은 NL계의 영향력이 미치는 여성운동계에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내각에서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NL계 출신으로 분류되고,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NL계 성향의 시민운동을 해온 것으로 비친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받았던 황인성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원로 NL계’로 알려진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우상호 의원(연세대 총학생회장), 이인영 의원(고려대 총학생회장, 전대협 초대 의장), 기동민 의원(성균관대 총학생회장) 등이, 광역단체장 중엔 안희정 충남지사가 NL계 출신인 것으로 분류된다. 

반면, PD계 성향은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에서 조국 민정수석 외에 하승창 사회혁신수석, 다음카카오 이사를 지낸 정혜승 뉴미디어비서관 정도가 꼽힌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와 내각 내에선 대체로 NL계 출신이 요직을 장악하고 PD계 출신이 보완하는 구도가 형성됐다는 지적이다.

집권 3년 차를 맞는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와 정부의 국정 전열을 조기에 정비해 분위기 쇄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자신과 손발이 잘 맞는 인사들로 새롭게 참모진을 꾸려 국정에 힘을 불어넣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늦어도 설 연휴 전에는 인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르면 다음 주 인사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번 청와대 인사 개편이 무엇보다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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