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사퇴 촉구 침묵시위를 벌이는 문화연대와 체육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를 피해 '대한체육회 제22차 이사회'로 들어서고 있다.
[김승혜 기자]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전 유도선수 신유용 씨에 이어 태권도계에서도 피해자가 자신의 실명을 밝히며 관련 사실을 폭로했다.

채널A는 "전 대한태권도협회 이사 A 씨가 운영하던 태권도 도장에서 태권도를 배웠던 이지혜(33) 씨가 초등학교 6학년이던 1998년부터 2002년까지 5년간 A 씨에게 폭력과 성폭력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이 씨는 당시 태권도를 배우던 많은 원생이 피해를 입었고 중학생 때부터 수십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이도 세 명이나 된다.

이 씨에 따르면 A씨는 체육관과 합숙소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성폭력을 일삼았다. 운동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신체 변화를 알아야 한다며 신체를 만지고 성폭력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A씨와 비슷한 사람을 보면 온몸이 얼어붙는다. 늦은 밤 큰 쓰레기봉투를 보고 주저앉은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피해자 가운데는 당시 악몽으로 자살을 시도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녀의 미래를 위해 관장에게 간식거리와 체육관 비품 등을 제공했던 부모님들이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스스로를 자책하시겠나. 관장에게 맞아 허벅지에 피멍이 들어도 긴 바지를 입어 가리곤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이들은 용기를 냈다. 이 씨를 비롯한 피해자 15명이 피해자연대를 꾸려 지난해 4월 대전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현재 1심 공판이 진행 중이다.

당시 피해로 인해 지금까지도 극심한 심리적 장애(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면 현재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되며,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A씨 측은 성폭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A 씨의 동생 B 씨는 “재판 중인 사항이고 결론이 나지도 않았는데 자꾸 문제 삼는 건 누군가 피해자들을 꾀어 이 일을 터뜨린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형은 결백하다고 믿는다. 성폭행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형식적인 대응을 계속하고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이날 “그동안 내부 관계자들이 징계·상벌에 관여함으로써 자행되어 왔던 관행과 병폐에 대해 자정 기능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체육인이 아닌 제3자가 신고를 받고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겉치레일 뿐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묻자 대한체육회 측은 “성범죄가 발생할 경우 외부 여성 기관 등에 범죄의 경중을 묻고 그 결과를 전달받을 예정이다. 그 후에 징계 수위에 대해서는 대한체육회가 자체적으로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제 식구 감싸기의 핵심 문제였던 대한체육회의 자체 징계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이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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