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베트남이 ‘박항서 매직’에 다시 흠뻑 빠졌다. 집에서, 거리에서, 마트에서 숨죽이고 승부차기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마지막 키커 부이 티엔 중의 슛이 골망을 흔들자 일제히 환호하며 부둥켜안았다.

이날 배트남은 자정이 넘도록 축하 파티가 이어졌다. 호치민 등 주요 도심에서는 오토바이 경적 소리와 함께 12년만의 아시안컵 8강행을 축하하는 목소리가 넘쳤다.

현지 언론들은 박항서 감독에게 “마법의 지팡이를 쥔 감독의 지휘로 승리했다”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이윤즉 박 감독이 23세 이하 대표팀을 포함해 베트남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3번째 승부차기에서 승리한 장면에는 숨은 그림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연장전을 마치고 선수들이 벤치 앞쪽에서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급하게 통역을 불렀다. 그런 뒤 주전 골키퍼 당반람(26·하이퐁)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박 감독은 경기 종료 후 믹스트 존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특별한 말은 하지 않았다. 상대 키커가 신경이 쓰이게 만드는 등 심리전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만 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조언은 효과가 있었다. 당반람은 요르단 키커들이 나올 때마다 약간의 신경전을 펼치면서 상대 심리를 흔들었다. 그 결과 요르단의 2번째 키커는 크로스바를 때렸고, 3번째 키커의 슛은 당반람이 충분히 막을 수 있을 만한 애매한 위치로 날아왔다. 요르단이 2차례 연거푸 실패를 하면서 베트남은 3번째 키커의 실패에도 승부차기를 승리로 장식할 수 있었다.

경기후 골키퍼 당반럼은 박 감독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당반럼은 베트남 매체 ‘봉다’를 통해 “박항서 선생님(감독)은 항상 나에게 자신감과 믿음을 주신다”면서 “그의 믿음에 감사하다”며 박항서 감독에게 찬사를 보냈다.

여기에 베트남 체육부 장관 은곡 티엔은 포상금도 풀었다. 베트남 익스프레스는 베트남 체육부 장관이 10억동(약 4800만원)의 포상금과 함께 "베트남 대표팀은 나라에 귀중한 선물을 했고, 승리의 기쁨은 국민들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렸다. 그들의 의지와 에너지는 아름다웠다"는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한편 TBC가 20일 생중계 한 이 경기는 시청률 7.2% (TNMS, 유료가입)를 기록하면서 20일 모든 종편 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MBN '알토란' 3.6% 보다 무려 2배 가까이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지난 16일 한국과 중국의 2019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 경기 시청률 17.4% 보다는 낮았지만, 8일 베트남의 조별 예선 이라크 전 경기 시청률 5.7% 보다는 더 높았다.

한편, 베트남은 일본-사우디아라비아의 승자와 24일 오후 10시 8강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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