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사진 캡쳐
[김승혜 기자]'공구 거리'를 포함한 서울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 상가 철거가 올 초부터 본격화된 가운데 서울시가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을 연말까지 중단하고 을지면옥과 양미옥, 공구상가 등 오래된 가게(老鋪)를 보존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도 있어 향후 형평성 논란이 거세게 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세운3구역 토지주연합은 21일 오후 2시 시청 앞 광장에서 세운3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토지주 200여명은 “세운3구역 일대의 숙원인 재개발을 예정대로 추진해 달라”고 주장했다.

시는 23일 현재 진행 중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을 재검토하고 올 연말까지 관련 종합대책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시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세운3구역 내 생활유산으로 지정된 을지면옥, 양미옥 등이 강제 철거되지 않도록 보존한다.

시는 또 공구상가가 밀집된 '수표도시환경정비구역'을 보존하기 위한 종합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재개발 사업을 중단키로 했다. 기존상인 이주대책이 미흡하고 산업생태계 훼손 우려가 큰 점 등을 고려했다고 시는 설명했다.

시는 토지·건물 소유주와 상인, 시민사회단체, 관련분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만들어 올 연말까지 세운상가를 포함한 도심전통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는 또 중구 인쇄업, 가구·조명상가, 종로 쥬얼리, 동대문 의류상가·문방구 등 이 일대 전통 도심제조업 산업생태계 육성방안을 마련한다.

도심제조·유통산업 육성방안은 ▲도심제조·유통산업 밀집지에 대한 세심한 생태네트워크 등 현황조사 연구 ▲유통시스템 고도화, 홍보 콘텐츠 지원, 환경개선 등 도심제조업 육성 프로그램 운영 ▲도심 내 공공부지를 활용한 대체부지 확보와 상생협력 임대상가 공급 ▲영세 제조산업 환경오염방지 대책 마련과 공동작업장 지원 등이다.

시는 영세 전통 상인을 위해 임시상가 우선공급, 사업 완료 후 상가 재입주, 우선분양권 제공 등 기존 대책을 강화한다. 공공에서 임대상가를 조성해 영세 상인에게 제공하는 '공구혁신센터'도 만든다.

앞서 시는 1979년부터 세운상가 일대를 정비구역으로 지정했다. 2009년에는 남북 녹지축 조성과 주변지역 개발을 위해 세운상가군을 철거하고 주변 8개 구역 대규모 통합개발을 추진하는 내용으로 재정비촉진계획이 수립됐다.

사업추진과정에서 통합개발에 따른 산업생태계 교란, 옛 도시조직 훼손, 생활터전 붕괴로 인한 사회적 갈등 등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2014년 재정비촉진계획이 변경됐다.

그럼에도 최근 을지면옥 철거 문제가 불거지자 시는 "현재 진행 중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 계획(2014년 수립)이 '역사도심기본계획(2015년)' 상의 생활유산을 반영하지 못한 채 추진됐다"고 판단하고 이번에 재개발을 중단시키기로 방침을 정했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의 역사와 지역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노포(老鋪) 등 생활유산과 도심전통산업을 이어가고 있는 산업생태계를 최대한 보존하고 활성화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기본방향"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시민 삶과 역사 속에 함께해온 소중한 생활유산들에 대해선 보존을 원칙으로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법적 절차에 따라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인 재개발 사업에 대해 시가 직권 해제 등으로 재개발 사업을 되돌릴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 인가가 난 구역을 시장이 직권 해제했을 때 벌어질 후폭풍이 클 것"이라며 "과거 종로구 옥인동 일대 옥인 1구역을 한옥 등 역사 문화적 가치가 크다며 직권 해제한 사례가 있지만 을지로 지역은 노포가 없어진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 직권 해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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