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한국 경제 전망에 암운이 드리웠다. 지난해보다 올해 경제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경제 활력이 차츰 둔화돼 최후의 방어선처럼 여겨지던 3% 달성은 물건너가고 이제 2%대 후반 성장도 노심초사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성장률이 2%대로 내려앉기 시작한 지난 2012년(2.3%) 이후에도 한국 경제는 그나마 2.8~3.3%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성장률이 2.7%로 떨어져 6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더니 올해는 2% 중반 성장도 버거울 것이라는 부정적 견해도 나온다.

24일 한국은행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6%로 낮춰 잡았다. 이대로 간다면 올해 성장률은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 된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6%로 제시됐다. 한은의 말대로 여전히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이고 급격한 둔화는 아니라 하더라도 경기가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셈이다.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도 올해 한국 경제가 2%대 중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현대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은 2.6%, 한국경제연구원은 2.5%로 내다보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8%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전망치를 내놨으나 국제통화기금(IMF)은 2.6%를 제시해 놓은 상태다.

특히 올해는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탄탄하게 성장세를 떠받치던 수출이 나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난해 연말부터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은 2.2% 하락하며 지난 2017년 4분기(-5.3%) 이후 1년 만에 마이너스 전환했다.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도 257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4.6% 줄었다. 

세계 경기둔화 우려, 반도체 수요 부진 가능성 등 앞으로도 수출 증가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요인들이 도처에 깔려있다. 투자와 고용 사정이 부진한 가운데 올해 수출마저 꺾이면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어도 2%대 중반 성장을 달성하기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중국 경제 성장세에 상당한 문제가 생긴 것 같아 국내 수출 둔화까지 우려된다"며 "수출이 잘 되지 않으면 정부 예산이 결정돼있는 상황에서 추경을 하지 않는 이상 성장률을 끌어올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점이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자본, 노동 등 생산요소를 모두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최적의 성장률을 의미한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나빠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은에 따르면 잠재성장률은 2016~2020년 평균 2.8~2.9%로 추정됐으나 최근에는 이보다 더 낮아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생산연령 인구 등이 급속히 줄어서 내부적으로 새로 잠재성장률을 추정하는 작업하고 있다"며 "인구구조 변화 추이 감안할 때 잠재성장률이 기존보다는 상당히 변화했을 가능성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성장률을 목표치만큼 끌어올리기 위해 단기 처방에 나서기 보다는 기초체력을 높이기 위한 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주력 산업이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이라며 "재정을 풀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경제의 체질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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