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지난해 멕시코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시비가 붙어 몸싸움을 벌이다 숨진 멕시코 교민의 시신에서 뇌와 위가 사라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2일 경찰청과 유족에 따르면 멕시코 교민 김모(35)씨는 현지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 한국인 지인 2명과 술을 마신 뒤 시비가 붙어 몸싸움을 벌이다 숨졌다.

노래방 바깥으로 끌려 나온 김씨는 동행했던 교민 A씨로부터 뺨을 맞았다. 밀고 밀치며 어지럽게 뒤엉키던 끝에 김씨가 쓰러졌다. 김씨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날 12시 35분쯤 뇌출혈로 사망했는 것.

멕시코 당국은 김씨의 사망원인을 ‘자연사’로 결론 내렸다. "부검 결과 외상(外傷)이 없었다"는 것이다. 외교 당국 관계자는 "외부 충격에 의한 뇌출혈은 아니라는 것이 멕시코 현지의 부검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족은 김씨가 몸싸움 도중 둔기와 같은 물체에 맞아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부검 결과에 동의하지 않고 시신을 한국으로 보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재부검했다.

김씨 유족은 "국과수에서는 외상 흔적이 많다는 소견을 냈으나 정확한 사인은 뇌를 검사해야 알 수 있다고 한다"며 "멕시코 병원에서는 뇌와 위를 보내지 않아 당장 사인 규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족 측은 "멕시코 경찰은 자연사라며 가해자 2명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면서 "뇌와 위를 받으려면 멕시코 정부를 움직여야 하는데 하루가 급하다"고 말했다. 외국 영토에서 발생한 범죄는 현지 경찰에게 관할권이 있어 한국 경찰이 직접 수사할 권한은 없다.

경찰청 관계자는 "해당국의 사법권을 존중해야 해 우리가 직접 수사할 수는 없다"면서도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현지 경찰을 상대로 조치를 취할 길이 열릴 수 있는 만큼 국과수 부검 결과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멕시코 내무부 산하 공공치안 집행사무국(SESNP)에 따르면, 멕시코에서 지난해 발생한 살인사건은 전년 2만 8866건보다 15.5% 증가한 3만 334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7년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하루 평균 약 91건의 살인이 발생하는 치안 불안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