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승혜 기자]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54) 전 충남도지사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홍동기)는 1일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40시간 성폭력 치료강의 이수 및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와 전 수행비서 김지은(34)씨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차기 대권 주자인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는 현직 도지사이자 여당 대권주자로서 수행비서 및 정무비서로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위력으로 4차례 간음하고 한 차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4차례 강제추행했다"고 판단했다. 10개의 범죄사실 중 집무실에서의 범행을 제외한 나머지 9개를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주장 역시 "정형화한 피해자 반응만 정상적인 태도로 보는 편협적 관점"이라며 "피해사실에 대한 김씨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 지시에 순종해야 하고 그 둘 사이의 내부사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취약한 처지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현저히 침해했다"며 "범행기간이 상당하고 (범행이) 반복적으로 이뤄진 점 등을 볼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성폭력을 호소하고 얼굴과 실명을 드러내 생방송 뉴스를 하는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매우 극심한 충격과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이고 이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근거 없는 내용이 유포돼 추가 피해를 입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도의적, 정치적, 사회적 책임은 있지만 법적 책임은 이유 없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그로 인해 피해자가 당심까지 출석해 피해사실을 회상하고 진술해야 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9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사건 본질은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라며 "감독하는 상급자가 권력을 이용해 하급자를 추행했다"고 징역 4년을 구형한 바 있다.

안 전 지사는 지난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해외 출장지인 러시아, 스위스, 서울 등에서 김씨에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 등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지난해 3월 "안 지사로부터 수시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김씨의 폭로로 시작됐다. 이후 안 전 지사는 지사직에서 물러났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안 전 지사의 혐의가 상당하다고 보고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안 전 지사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이후 1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청남도 지사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후 법정 구속돼 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한편 법정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측이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안 전 지사 측은 유죄 판결에 대해 "뜻밖의 판결"이라면서 당혹감을 표현했다.

안 전 지사 측은 "객관적인 사실은 피해자의 진술과 다른 여러 자료인 통신자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자료, 기타 제3자들이 그간 지켜봐온 사실 관계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피해자 진술만을 일관성 있다고 보고 하지만 다른 것들에 대해서는 믿기 어렵다는 식으로 배척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안 전 지사 측은 상고심에서는 2심 재판부의 위력에 대한 판단에 사실오인에서 기인한 법리오해가 있다는 주장과 증거의 취사선택이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등의 주장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안 전 지사 측 변호인 이장주(54·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는 2심 선고 직후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판결에 대해 "뜻밖이고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판단한 것 같지 않고, 개별 사건 하나하나에 대해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만을 토대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