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청남도 지사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후 법정 구속돼 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김민호 기자]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달 30일 댓글조작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데 이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정치권에선 이들의 이름으로 만든 조어인 '안이박김' 숙청설이 회자되고 있다.

'안이박김(안희정·이재명·박원순·김경수 등) 숙청설'은 지난해 10월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이 처음 언급했다. 조 의원은 당시 국감장에 출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안이박김 숙청설이란 말이 떠돈다"며 "안희정, 이재명은 날리고 박원순은 까불면 날린다는 뜻인데, 소회가 어떤가"라고 물었다.

당시 조 의원은 '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아 정치권에선 김경수 지사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김'으로 추측하기도 했다. 김 지사가 법정구속되며 '안이박김'의 '김'이 김 지사란 말이 나오고 있다.

1일 안 전 지사의 항소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에서는 안 전 지사가 저지른 10개 범죄사실 중 9개를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안 지사는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 올라 문재인 대통령을 위협할 정도로 여권 내 유력 대권 주자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자신을 수행하던 정무비서가 성폭력 의혹을 폭로하면서 도지사직을 불명예로 사퇴했다. 민주당도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안 전 지사를 당일 출당 조치하기도 했다. 

안 전 지사는 이번 사건으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으면서 강제 '정계 은퇴설'까지 휩싸였다. 정치권 사이에서는 1심 무죄판결이 나왔어도 여론 심판에서 '유죄'를 받은 안 전 지사가 정계에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었다. 더욱이 이번 2심 판결에서 형사적 책임까지 지게 되면서 정계 복귀의 꿈은 더 멀어지게 됐다.

김경수 경남지사도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지난 달 30일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향후 항소심에서 법원의 판단이 바뀔 수 있지만 문 대통령을 잇는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 꼽혔던 만큼 김 지사 역시 정치 이력에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 김경수 경남지사
김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사 사건 대응 과정에서 당청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원을 받으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을 넘어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의 적자'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초선 의원이지만 전국구급 인지도를 확보,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드루킹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의 김태호 후보를 이기고 경남지사 자리를 차지헀다.   

김 지사의 1호 공약이었던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KTX·4조7000억원)가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면제 사업에 선정되면서 도정 운영에도 힘을 받았다. 하지만 예타 면제 발표 다음날 김 지사는 유죄 판결과 함께 구속되면서 대권 행보에 발이 묶였다.

이재명 지사도 지난해 12월 친형 강제 입원과 검사 사칭 사건 등에 관련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지사는 소년공 출신 기초단체장이라는 '자수성가' 스토리에 무상급식, 청년수당 등 진보적인 시정 운영 등이 더해지면서 지지도가 급상승했다.

하지만 대선 경선과정 당시 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고, 결과적으로 친문(親文·친문재인)의 반감을 사면서 출당 요구를 받기도 했다. 여기에 탤런트 김부선 씨를 둘러싼 '여배우 스캔들'까지 휩싸이면서 온갖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 지사가 재판 과정에서 형사적 책임을 피하더라도 친문과 거리를 좁히지 못한다면 대권 도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다른 대선 주자들에 비해선 정치적인 치명성을 입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여의도·용산 개발에 대한 성급한 언급으로 집값 폭등을 가져왔단 비판을 받았다. 또 최근엔 광화문 광장 재설계를 두고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여권 대권 주자들이 위기를 맞으면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총리는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1~25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2515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p·응답률 7.3%·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에게 여야 주요 정치인 12인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황교안 전 총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유 이사장은 '정계 복귀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유튜브 '알릴레오'를 통해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국내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 한 발 물러서 있으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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