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구속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7일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전 대표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해 전당대회 구도에 파장이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 변호사는 7일 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까지는 모른다”고 했던 지난달 29일 황 전 총리의 언론 인터뷰를 문제삼았다. 박 전 대통령을 유일하게 면회하는 최측근 인사인 유 변호사가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은 처음이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당권) 주자들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는다. 대통령께서는 지금 한국당과 아무 관련이 없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에게 (방송 출연을) 말씀드렸고, 허락했기 때문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유 변호사는 “자신(황교안 전 총리)을 법무부장관으로 발탁하고 국무총리로 임명한 그 분이 수감생활을 하고 계신다”며 “그 수인번호가 인터넷에 뜨고 있는데 그걸 몰랐다? 모른다? 저는 거기에 모든 게 함축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변호사는 “황 전 총리가 친박이냐는 것은 국민들께서 판단하실 수 있다고 본다”며 “(박 전 대통령이) 전당대회나 주자들에 대해선 코멘트를 안 한다”고 말했다.

또 유 변호사는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교도소 측을 통해 여러번 전해왔는데, 박 전 대통령이 거절했다”며 “(박 전 대통령이) 거절한 이유에 대해서 저한테 말씀을 했지만 이 자리에서 밝히진 않겠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홍준표 전 대표도 비판했다. 그는 “2017년 11월 3일날 홍 전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면서 ‘말로만 석방을 외치는 친박 세력보다 법률적·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취지로 얘기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이후에 어떤 도움을 줬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자신(홍 전 대표)이 여의도로 돌아가면 석방을 위해서 국민저항 운동을 하겠다는데 일관성이 있어야 되지 않냐”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에게 이날 방송 출연을 사전에 허락받았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는 현 시국과 관련, “(박 전 대통령이) 북한 핵이나 경제문제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도 “이 자리에서 대통령 워딩을 옮기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설 연휴 직전인 1일에도 박 전 대통령을 접견했다고 한다. 그는 “기본적으로 (박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가 좋지는 않다”면서도 “위독하다거나 몸무게가 39㎏으로 빠졌다거나 하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전했다.

한편 이같이 유 변호사가 황 전 총리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자 당 안팎에서는 '친박(친박근혜)계의 맹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황 전 총리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박근혜정부의 첫 법무장관, 국무총리, 탄핵국면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황 전 총리가 입당 직후부터 자연스레 '친박 주자'로 자리매김했지만, 정작 구심점인 박 전 대통령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읽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수감을 안타까워하는 당원들, 즉 '박근혜 표심'이 황 전 총리가 아닌 다른 친박 주자들에게 향하고 결국 원심력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날 연합뉴스는 "박 전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하는 '태극기 세력'은 황 전 총리를 지지하지 않는다. 황 전 총리가 탄핵 과정에서 기회주의자였다는 것을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 핵심 친박계 의원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박 전 대통령의 옥중메시지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 전 대통령이 이미 현실 정치권에서 멀어진 만큼 '옥중 정치'를 한다 해도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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