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소희 기자]'낮엔 닭장사… 밤엔 잠복근무' 해체위기 마약반의 눈물겨운 생존기를 그린 ‘극한직업’은 해체 위기의 마약반 5인방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창업한 ‘마약치킨’이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불철주야 달리고 구르지만 실적은 바닥, 급기야 해체 위기를 맞는 마약반.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팀의 맏형 고반장(류승룡 분)은 국제 범죄조직의 국내 마약 밀반입 정황을 포착하고 장형사(이하늬), 마형사(진선규), 영호(이동휘), 재훈(공명)까지 4명의 팀원들과 함께 잠복 수사에 나선다.

24시간 감시를 위해 범죄조직의 아지트 앞 치킨집에서 잠복수사를 하던 마약반은 급기야 치킨집을 인수해 위장 창업을 하게 되고, 뜻밖의 절대미각을 지닌 마형사의 숨은 재능으로 치킨집은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다.

뜻밖의 대박을 터뜨리면서 이들은 범인보다 닭을 잡고, 썰고, 튀기고, 버무리는 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며 본업인 수사보다 장사에 몰두하게 된다.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해체 위기 마약반의 좀비반장 고반장은 신바람 난 대박 맛집 사장님으로, 정의감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마약반의 만능 해결사 장형사는 대박 맛집의 철두철미한 홀 서비스 매니저로, 마약반의 사고뭉치 마형사는 대박 맛집의 절대미각 주방장으로 거듭나는 한편, 마약반의 고독한 추격자 영호는 멘탈이 붕괴된 운전사로 전락하고 마약반의 위험한 열정 막내 재훈은 절대 맛집의 주방 보조로 양파를 까고 썰며 화생방을 방불케 하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수사는 뒷전, 치킨장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 마약반에게 어느 날 절호의 기회가 찾아오는데…, 범인을 잡을 것인가, 닭을 잡을 것인가!

그렇다면 실제는 어떨까?

▲ 영화 '극한직업'(사진=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속 경찰들의 모습에 진짜 경찰들은 "옛날 생각난다"며 웃었다.

9일 일선서 경찰들에 따르면 잠복근무는 폐쇄회로(CC) TV나 차량 블랙박스가 보편화 되기 이전에 주로 쓰이던 방식이다.

"옛날에는 CCTV가 별로 없어서 한 번 도주하면 잡기 힘들기 때문에 잠복을 많이 했죠. 2008년인가, CCTV가 많이 설치된 이후로는 범인 검거가 좀 쉬워지면서 잠복근무를 할 필요가 좀 줄게 됐어요."(강력계 A계장)

"옛날엔 무식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죠. 요즘은 CC TV나 휴대전화, 카드 사용처 등을 바탕으로 용의자 소재 추적을 먼저 해요. 이동동선을 파악하기 위해서죠. 확실하다 싶으면 잠복을 하는거죠. 잠복은 최종단계입니다."(강력팀 B팀장)

잠복은 범인과의 길고 지루한 싸움이라는 게 일선 경찰의 설명이다.

"대부분 차에서 기다리는데, 시동을 켜면 걸리잖아요? 추우니까 깡통에 촛불을 넣어서 켠 적도 있어요. 아주 춥고 지루하죠."(강력팀 C팀장)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것 마저 쉽지 않다. 짧게는 사나흘, 길게는 일주일씩 이어지는 잠복에도 식사는 빵, 도시락 등으로 대충 해결한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서 호랑이 굴로 가는 일인 만큼 위험한 상황도 상당수다.

"신창원이 탈옥 했을 때 6명 일당 중 1명을 잡으려고 그 측근 집에서 잠복한 적이 있었어요. 당시에 수사본부가 차려지고 경찰이 다 동원이 됐죠. 아무래도 위험해요. 신창원도 차에 식칼을 두 개나 가지고 있었어요."(B팀장)

그래도 할 수 밖에 없었다. "잡아야 되니까."(B팀장)

강력팀 근무 경력만 20여년에 달하는 강력계 D계장은 2011년 잠복근무로 살인미수 혐의의 조선족을 검거한 경험을 떠올렸다.

 "통화내역 추적하니 천안에 사는 친구랑 통화한 이후로 전원이 꺼졌더라고요. 사흘 간 친구 집 앞에서 잠복했는데, 나오질 않았어요. 함부로 문을 따고 집에 들어갈 순 없었죠. 자해 위험이 있으니까요. 친구를 겨우 설득해서 집에 들어가 잡았죠."

다만 치킨집을 차리는 것은 재미를 위한 영화적 과장이라는 지적이다. 신문 배달원이나 택배 기사, 홍보물 배포 아르바이트 정도가 잠복근무 중인 경찰들이 위장하는 직업이다.

 "치킨집을 차리려면 경찰을 때려치워야 가능하죠. 일이 많은데 잠복만 할 수 있겠습니까?"(강력팀 E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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