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MBC 추기경의 5월 다큐 방영
그의 이름은 "김수환" 2월16일이 그의 10주기 이다! 떠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나 되었으니 세월은 流水와 같은데 이제 나도 90이 넘어 그를 회고자한다!

김수환이 성신대학 학생일 때 부산 범일동에있는 그의 형 김동환 신부가 시무하는 성당에 들른 적이 있었다. 그 성당 유치원에 근무하던 어떤 젊은 보모로부터 뜻밖의 청혼을 받았다고 한다.

김수환이 미모 여성의 청혼을 받을 만큼 미남 청년이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지만'제눈에 안경' 이라는 말이 있으니 있을 법도 한일이아니었을까? 그가 어떻게 그런 유혹을 물리치고 평생 독신을 서약해야 하는 신부가 될 수 있었을까?

그 여성에게 'No'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여성이 엘리자베스 테일러나 최은희 같은 절세의미인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인간의 판단은 자기를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데 입장을 바꿔 볼 때 내가 그런 미인의청혼을 받았다면 'No' 라고 말하지 못했을것 같기 때문이다. 그가 추기경 시절 가톨릭대학 노천강당에서 열렸던 '열린음악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미리 부탁을 해두었는지는 모르나 사회자가 추기경에게 노래를 한 곡 부탁했다.

그때 그는 '등대지기'를 불렀는데 청중이 추기경의 노래를 더 듣겠다고 뜨거운 박수를 보내자 추기경은 김수희의 '애모'를 불렀다. 사실 그 노래에는 성직자가 부르기에는 아슬아슬한 부분이 더러 있지 아니한가?

"그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늘은 울고 싶어라" 라는 말도 추기경 입에서 나오기는 어려운 말이고...

특히 마지막에 "사랑 때문에 침묵해야 할 나는 당신의 여자/ 그리고 추억이 있는 한 당신은 나의남자여" 라는 가사도 어색하다. 그런데 그가 이 노래를 꼭 한 마디만 바꾸어 부른 것도 추기경답다고 하겠다. 그는 "당신은 나의 남자여" 대신 "당신은 나의 친구여"라고 고쳐 불렀다. 김수환 추기경 아니고는 불가능한 특유의 재치였 다고 생각된다.

이런 일화가 또 하나 있다. 추기경은 여러 나라의 말을 다 잘한다는 소문이 있어 기자들이 무슨 계제에 물었다고 한다.

"추기경님은 여러 나라 말을 다 잘 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느 말을 가장 잘 하십니까?"

추기경은 즉석에서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가장 잘하는 말? 내가 가장 잘하는 말은 거짓말이지."

그 말을 신문 지상에서 읽고 가슴이 찡했다. 역시 성직자다운 투명한 고백이었다. 김수환도 나도 부득이 독신으로 한 평생을 살면서 이성의 유혹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 유혹에 빠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겠는가?

그럴 때마다 독신자들이 할수 있는 위선은거짓말 밖에 없는데 성직자인 그가 그런 고백을 했기 때문에 이 세상이 한결 흥미진진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그와 더불어 군부독재의 어려운 한 시대를 살면서 그가 한국 민주화에 이바지한 커다란 공적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군사독재를 반대하는 젊은 학도들이 명동성당에서 농성하는데 경찰이 성당에 치고 들어가 농성에 가담한 자들을 모두 검거하겠다고 추기경에게 통보했다. 그는 단호한 태도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추기경인 나를 먼저 끌고 가고 그 다음에 신부와 수녀들을 끌어가고 그 뒤에야 학생들을 끌어갈 수 있을 것이오."

경찰은 그 말을 듣고 끝내 쳐들어가지 못했다. 그는 군사정권이 잘못된 정권이고 유신헌법이 잘못된 헌법이고 유신체제가 잘못된 체제인 것을 명백히 밝히면서도 박정희의 공은 공대로 인정했다. 추기경 김수환은 말년에 오랜 투병 생활을 해야 했지만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고 맑은 두 눈에는 총명한 기운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웃으면서 육체의 아픔을 이겨냈다.

아직 살아 있는 우리를 위하여!

2009년 2월 16일 몹시 춥던날 그는 하늘나라로 조용히 떠났다.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에 남긴 한 마디는 "감사합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였다. 그 유언 한 마디가 천주교 신자뿐 아니라 개신교 신자도, 불교 신자도, 심지어 무신론자까지도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속인(俗人)들이 명동성당으로 모여들어 장사진을 이루었다. 5일간이나! 요단강 건너가 꼭 만나고 싶은 사람 김수환! 나라 사랑의 본보기 김수환! 주님의 충실한 종!

그의 이름은 "김수환"!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