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지난해 3월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세상을 바꾸는 언어' 출간 기념 북콘서트 '대통령의 글쟁이들‘ 행사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노무현에게 문재인, 안희정, 유시민이 있었다면 문재인에게는 양정철이 있었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양정철 전 비서관이 자신을 문재인 대통령의 손수건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1월 18일 방송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출연해 자신을 “문재인 대통령의 손수건”이라고 표현했다.

이날 김어준은 양 전 비서관에게 “자신을 문재인 대통령의 내장기관으로 표현하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양 전 비서관은 “내장기관은 싫고, 굳이 고르자면 손수건”이라며 “사람이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것이지 않느냐? 주머니에 있다가 꼭 필요할 때 손을 닦는다든가 눈물을 닦는다든가 할 때 사용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김어준은 "한 사람의 누군가로 불리는 것에 만족하느냐"라고 물었고, 양 전 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주연배우라면 참모는 조연배우”라고 대답했다. 또 그는 “조연은 자신이 맡은 장면에서는 주인공이다. 그리고 그 장면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뒤 무대에서 내려와야 하는 법이다. 그것이 조연 배우가 가진 짐”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런 그가 이달 중 귀국, 2년 만에 정치권에 복귀한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1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양 전 비서관이 이번 달 안에 한국에 돌아오는 것으로 안다"며 "이제 당에 복귀해 주요 역할을 해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전했다.

양 전 비서관은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직을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석 현 민주연구원장의 임기는 오는 5월까지다. 당 지도부는 올해 초 양 전 비서관이 한국에 들렀을 때 이미 한 차례 민주연구원장직을 제안했으나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이해찬 대표도 양 전 비서관이 복귀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밝힌 상태"라며 "일단 돌아온다면 민주연구원장만한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정치 입문 때부터 곁을 지킨 양 전 비서관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대선 캠프의 핵심인 ‘광흥창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뒤 “부담을 주기 싫다”며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미국 일본 뉴질랜드 등을 오가며 지내왔다.

한 친문 인사는 “양 전 비서관이 정부에서 공직을 맡는 것은 청와대에도, 본인에게도 부담이다. 공직을 맡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면서 복귀할 수 있는 자리는 민주정책연구원장이 최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권 핵심 관계자는 “대선 승리 경험 등을 토대로 총선 승리에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과,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 당으로 복귀했을 때의 부담감 사이에서 양 전 비서관이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여당의 총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문재인 정부를 위한 길이라는 주장 쪽으로 다소 기울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양 전 비서관이 당의 총선 체제 구축에 앞장선 뒤 내년 총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양 전 비서관은 “다시 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2년 총선에 도전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패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1기 임 전 실장, 2기 노영민 실장에 이어 양 전 비서관이 어떤 식으로든 청와대 비서실을 주도하며 마무리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양정철은 누구?<출처/나무위크>

▲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른바 ‘3철’/좌로부터 (전해철·이호철·양정철)
양정철은 64년 생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교내 신문인 외대학보 편집장을 맡았다. 졸업 이후에 기자로 활동하다가 참여정부 시절 언론 정책을 담당했고, ‘기자실 통폐합’을 주도했다. 또한 문 전 대표의 자서전 격 저서인 <운명>의 집필을 도왔다.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선 문재인 캠프의 메시지팀장을 맡았다.

2016년 3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유시민, 표창원, 진중권과 함께 팟캐스트를 잠시 진행했다. 이른바 범야권 공영방송 시민표창, 양비진쌤, 새누리당의 과반 확보에 맞서 야권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양정철은 양비를 담당했다. 양정철 비서관의 줄임말이다. 넷 중에 존재감은 가장 적은 편이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그땐 국민의당의 분당으로 야권이 분열하며 새누리가 180석이니 200석이니 떠들어대던 시절이다. 따라서 한 석 한 석이 소중한 때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연대는 정치공학적으로 당연한 주장이었다. 아무쪼록 이 방송은 김종인 비대위가 출범한 뒤 더불어민주당이 진보 정당과의 당 대 당 연대 노선을 버리는 대신 완강한 독자노선으로 길을 선택하면서 막을 내렸고, 양정철은 다시 존재를 감췄다.

현역 국회의원이자 추미애 지도부의 최고위원으로 입성한 전해철 의원과는 달리, 정치 일선에 전면 나서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문재인 전 대표를 그림자처럼 수행하며 그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전 대표가 2016년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났을 때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문 전 대표의 대담집인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기획한 것도 양정철 이라고 한다. 다만 여전히 비선 라인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문재인 캠프에서 후보 비서실 부실장이라는 엄연한 직함을 달고 활동하고 있는 것이라는 반론이 있다.

2017년 5월 16일, 모든 공직을 고사하고 물러났다. 그는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고 자신의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하며 “긴 항해를 마치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갈 것이며, 잊혀질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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