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신 김금화
[신소희 기자]“굿은 종합예술이예요. 편견을 내려놓고 허심탄회하게 즐기는 종합예술로 바라봐줬으면 좋겠어요.”

나라만신 김금화는 무속 문화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82-나호 서해안 풍어제 배연신굿과 대동굿 예능보유자인 김금화(88) 만신(萬神)이 23일 오전 별세했다. 만신은 여자 무당을 높여 일컫는 말이다. 그는 개인의 한과 민족의 아픔을 보듬어 준 '국무(國巫)'로도 통한다.

황해도 연백 출신으로 열두 살 나이부터 심한 무병을 앓다 열일곱 살에 외할머니의 내림굿을 받고 강신무(降神巫)가 되었다. 서해안 배연신굿과 대동굿의 기능보유자인 그녀는 백두산 천지에서의 대동굿, 독일 베를린에서의 윤이상 진혼굿, 사도세자 진혼굿, 백남준 추모굿 등을 선보이며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만신으로 자리잡았다.

그는 프랑스 파리 가을축제, 미국 뉴욕 링컨센터페스티벌, 일본 국제민속예능축제 등 세계적인 축전을 비롯 독일, 오스트리아, 호주 등에서 공연했다. 1985년 배연신굿과 대동굿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

특히 백두산 천지에서 대동굿, 독일 베를린에서 작곡가 윤이상 진혼굿, 백남준 추모굿 등을 선보이며 '굿을 종합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들었다. 굿을 통해 춤, 노래, 악기 등 한국인의 문화를 세계에 알렸고, 대중이 굿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는데 기여했다.

2007년 발간된 자서전 '비단꽃 넘세'는 신과 인간의 매개자로 살아온 본인의 삶을 녹여냈다. '복은 나누고 한은 푸시게' '김금화 무가집' 등도 펴냈다. 2005년 강화도에 금화당을 짓고 굿 교육 등을 해왔다.

2014년 개봉한 박찬경 감독의 영화 '만신'은 김금화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고인의 자서전 '비단꽃 넘세'가 원작이다. 공연예술가로 대접을 받았던 그녀는 "토속신앙인 굿이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타파해야 할 미신이 되기도 했는데 영화로 만들어져 꿈만 같다"며 거듭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서슴없이 작두에 올랐던 고인은 국립무형유산원이 2017년 펴낸 구술록에서 "무당은 됨됨이가 제일 중요하다. 남의 덕을 잘 빌어주려면 내가 먼저 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무형문화재로 인정된 다음부터 우리 무당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며 "그래도 다들 옛것을 찾으면서 즐거워하니까 나도 기뻤다. 내가 가진 재주로 사람들을 기쁘게 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빈소 인천 동구 청기와장례식장, 발인 25일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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