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1990년대 중반까지 영화계에서 박중훈, 안성기, 최민수와 함께 충무로 4대 배우라 불리며 잘 나가던 배우였다. 운 카리스마를 가진 '젠틀맨 이미지'의 30대 애정 드라마 전문 주인공 느낌. 현재와 비교하자면 류진이나 주상욱 정도의 이미지였다. 여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멋진 남자 역할을 많이 맡아서 주부들의 인기를 독차지했고, 이 때문에 남성미가 강한 최민수와 자주 비교되었다."

최근 SBS TV 월화극 ‘해치’로 지상파에 복귀한 영화배우 이경영(59)에 대한 설명이다. 2001년 KBS 2TV ‘푸른안개’ 이후 18년 만에 지상파 복귀다.

이경영의 지상파 복귀가 주목받는 이유는 2002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자, KBS·MBC·SBS 지상파 3사는 이경영의 출연을 규제했다. 20여년간 영화와 케이블·종합편성채널 드라마에만 등장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영화는 이경영이 나오는 영화와 나오지 않는 영화로 나뉜다’는 말을 들을 만큼 영화에서 ‘대세 배우’로 자리잡았다. 이경영은 왜 SBS를 통해 지상파의 문턱을 넘어선 것인가.

◇‘해치’와 ‘배가본드’로 지상파 공략

 24일 뉴시스에 따르면 이경영은 ‘해치’에 이어 5월 방송예정인 SBS TV 수목극 ‘배가본드’로 지상파를 공략했다고 전했다. 애초 ‘해치’가 아닌 ‘배가본드’로 지상파로 컴백할 계획이었다. 함께 작업한 적은 없지만 유의식 PD, 장영철 작가와 친분이 한몫했다. 이후 유 PD가 ‘해치’의 연출자 이용석 PD를 소개해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25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배가본드’는 지난해 6월부터 현재까지 사전 제작에 한창이다. 막판까지 MBC 편성이 유력했지만, 지난해 12월 SBS 수목극으로 최종 결정됐다. ‘해치’가 2월로 편성되면서 먼저 시청자들을 만나게 된 셈이다. 두 작품 모두 SBS에 편성된 탓에 ‘왜 SBS는 범죄 전력이 있는 이경영에게 문을 열어줬느냐’는 오해의 시선이 이어졌다. 하지만 SBS에는 출연 금지 명단 자체가 없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출연자는 ‘심의팀, 제작진 등이 내부 회의를 통해 판단한다’는 원칙이다.

이경영은 연기로 보여줬다. 11일 첫 방송된 ‘해치’에서 인현왕후의 오라비이자 서인 노론 세력의 실질적인 우두머리인 ‘민진헌’으로 분했다. 후에 영조가 되는 연잉군 ‘이금’(정일우)과 대치하며 악한 면모를 드러내는 인물이다. 주인공인 정일우는 사극도 현대극도 아닌 어색한 톤으로 연기력 지적을 받고 있다. 고아라 역시 사헌부 다모 ‘여지’로 변신했지만, 불안정한 발성과 부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몰입도를 떨어트렸다. 이 사이에서 이경영은 중심을 잡으며 특유의 카리스마를 드러냈다. 이 PD가 “드라마에 큰 힘을 싣어줄 것이라고 믿었다”면서 “나오는 장면마다 힘이 있고, 외면할 수 없게 만드는 무게감을 준다”고 신뢰한 까닭이다.

◇엇갈린 시선

 이경영은 2001년 미성년자 성매매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 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2002년 2심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이경영은 오랜 기간 지상파에서 자취를 감췄다. 더욱이 단순한 사건이 아닌 미성년자 성매매이기에 죗값은 가혹할 수밖에 없었다. 이경영은 칩거하다시피 했고, 대인기피증도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오후 9시가 넘으면 외출을 삼가고, 사람들이 많은 곳은 가지도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7년부터 활동을 재개한 이경영은 출연 제재가 없는 영화에서 주로 활약했다. 이제는 ‘한국영화는 이경영이 나오는 영화와 나오지 않는 영화로 나뉜다’는 말을 들을 만큼 ‘대세 배우’로 자리잡았다. 2012년 케이블 채널 OCN ‘뱀파이어 검사 시즌2’를 통해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tvN ‘미생’(2014) ‘비밀의 숲’(2017), JTBC ‘디데이’(2015) ‘미스티’(2018) 등에서 주조연을 맡았다.

  이경영을 향한 비난이 소멸된 것은 아니다. ‘충분한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는 의견과 ‘굳이 범죄 전력이 있는 배우를 지상파에서도 봐야 하느냐’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경영도 부정적인 시청자들의 반응을 모르지 않는다. 소속사 모냥엔터테인먼트 전동운 대표는 “그 동안 케이블·종편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지상파 드라마는 처음이라서 부담감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충분히 반성했다’고 생각하는 것조차도 시청자들이 안 좋게 볼 수 있지 않느냐. 언젠가 한 번 겪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있다는 걸 알지만 감수하고 갈 것”이라고 전했다.

◇KBS·MBC는?

MBC는 이미 2014년 이경영의 출연 정지를 풀었다. 지난해 추석특선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2017)를 방송하면서 이 사실을 뒤늦게 알렸다. 때문에 ‘배가본드’가 MBC로 편성됐을 경우에도 문제는 없었다. KBS는 2013년 10월 이경영이 출연한 영화에 한해서만 출연 규제를 해제했다. 아직 드라마 출연 규제는 풀리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2016년 방송된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의 출연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윤 PD는 이경영을 섭외하기 위해 공을 들였지만, 아쉽게도 영화 스케줄 등 개인적인 문제로 출연이 불발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요즘 지상파와 케이블의 장벽은 사실상 무너졌다. 다양한 플랫폼이 출현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지상파 드라마도 시청률 10%를 넘기기가 쉽지 않다. ‘해치’ 역시 지상파 월화극 1위지만, 시청률은 5~6%대에 불과하다. 동시간대 방송 중인 tvN ‘왕이 된 남자’는 10%를 넘기며 인기몰이 중이다. 전 대표는 ”‘꼭 지상파 드라마에 출연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좋은 작품이면 장르, 채널을 가리지 않고 출연할 것”이라며 “그 동안 무겁고 카리스마 있는 역할을 많이 맡지 않았으냐. 배우 본인이 코미디에 대한 열정이 있다. 지난해 영화 ‘머니백’(감독 허준형)에서 보여준 것처럼 가벼운 역할로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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