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정적(政敵)들의 잘못은 적폐로 보이고, 우리편의 잘못은 단순 실수로 여기는 것이다.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인 것이다. 적폐청산을 정적을 제거하거나 길들이는 수단으로 이용해선 곤란하다.
적폐청산이나 사회개혁을 하려면 자신들에게 더 엄격해야 한다. 그렇치않으면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 적폐청산 과정에서 '내로남불'로 느끼기에 말이 많은 것이다.
적폐여부의 심판은 사법부, 법관들이 한다. 사법부가 정의롭지 못하면 적폐청산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그래서 양승태 前대법원장 구속을 필두로 사법부 개혁에 손을 댔을 것이다. 심판자인 사법부 부터 먼저 개혁하기 위해서다. 사법부 개혁의 취지는 이렇게 순수했을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졸지에 법관들이 개혁의 도마위에 올랐다. 우월의식으로 가득찬 법관들이 '법관 길들이기'로 오판, 자존심이 무척 상했을 것이다. 이에 반발이라도 하듯 드루킹사건으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를 법정구속시겼다. 그 다음날 법정구속을 판결한 성창호 판사는 중앙지법에서 동부지법으로 전보발령됐다. 보복으로 비친다. 곧이어 안희정 前지사는 1심에서 무죄인데 징역형과 함께 법정구속됐다. 무언가 장군 멍군하며 기(氣)싸움하는 느낌이 든다.
집권당과 촛불세력이 사법개혁과 성창호 판사 탄핵을 외치며 또 다시 촛불 집회에 나섰다. 시위는 야권의 전유물인데 여권이 시위를 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야권세력이 된 태극기 부대가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대한민국은 시위(데모)공화국이 돼버렸다. 홍위병들끼리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야당인 한국당은 바보짓을 했다. 느닷없이 5.18 광주민주화 운동에 북한군이 개입됐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사법부 파동이 수그러 들었다. 드루킹 사건과 대선무효투쟁이 주목을 받지 못한다.
민주당은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 사법개혁은 사법부에 맡기고 재빨리 손빼는게 상책이다. 사법부를 적으로 만들면 무조건 손해다. 하지만 조국 민정수석이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또 다시 꺼내들었다. 타이밍이 오해를 사기 충분하다.
2월21일에는 전병헌 前정무수석과 김관진 前국방장관이 징역형에 선고됐다. 이번엔 법정구속은 시키지 않았다.
'법정불구속'이 국민들 눈에는 묘하게 비쳤다. 법관들이 이제 감정적 판결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철저히 법대로 한다. 사법부가 정신차린 느낌이 든다. 국민들 입장에선 권력자들이 싸우면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걱정도 되지만 흥미롭다.
사법부 파동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같다. 법관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계기가 됐으니 말이다. 이제 재판로비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재판거래의 적폐도 사라질 것으로 본다.
적폐청산의 대미는 사법부가 맡게 된다. 사법부가 정의로우면 사회가 정의롭다. 사법부가 이제 어느편도 들지않고 올바르게 적폐를 심판할 것이다.
적폐청산은 분명 성공하리라 본다. 대한민국은 축복받은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