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심일보 대기자]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전 총리가 오세훈, 김진태 후보를 따돌리고 임기 2년의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 황 전 총리가 입당 43일 만에 제1야당 대표가 된 것은 리더십 부재로 혼돈을 거듭해온 자유한국당 당원들의 뜻이지만, 민심과는 거리가 먼 선택의 결과다.

황 신임 대표는 ‘5·18 망언’, ‘박근혜 배신 논란’, ‘탄핵 부정 논란’으로 얼룩진 전당대회에서 태블릿피시 조작설 등을 제기했다. 자유한국당의 ‘우경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28일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황 대표 체제의 출범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궤멸되다시피 했던 한국당이 정상적인 지도 체제를 갖춰 다시 출발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민생과 안보를 실험 대상으로 삼은 문재인 정부의 폭주에 합리적 견제를 하는 야당의 부재를 아쉬워한 국민은 적지 않았다. 국정의 균형을 위해서도 자유시장경제와 믿을 수 있는 안보의 중심이 되는 야당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수 대표 매체다운시각이다.

과연 이것이 ‘탄핵 총리’의 화려한 복귀를 보는 국민의 시각일까

황 대표는 국정농단으로 탄핵된 박근혜 정부에서 2인자를 지낸 사람이다. 한데도 이제껏 제대로 된 사죄나 반성은 없었다. 선거기간중 극우세력에 기대는 태도가 당내 지지층에선 환호를 받았을지 몰라도 시민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당대표 경선에서 31.1%를 득표한 오세훈 후보의 “과거에 발목 잡혀 미래를 제시하기는커녕 국민께 큰 실망 드린 과거를 반성조차 않는다면, 총선 승리라는 요행수만 바란다면, 국민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이날 진보언론인 경향신문은 황 대표의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맞서 국민과 나라를 지키는 치열한 전투를 시작하겠다”고 한 취임사에 대해 "답답한 노릇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야당의 합리적 견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시민들이 바라는 건 ‘전투’가 아니라 비판할 때는 비판하더라도 협조할 것은 과감하게 협조하는 새로운 야당의 모습이다."라고 지적했다.

▲ 황교안
어쨌건 자유한국당은 ‘태극기부대’로 상징되는 극렬 수구보수가 휘저은 전당대회를 통해 ‘탄핵 총리’를 선택했고, 5·18 망언의 당사자인 김순례 의원이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도로 탄핵당’이 됐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민심과 괴리된 전당대회에서 분출한 퇴행적 언동이 당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잡을 경우 자유한국당의 극우 보수화는 불 보듯 뻔하다.

2년 임기 황 대표의 앞날은 보수 통합과 내년 총선 결과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맞선 전투가 시작됐다”며 총선에서 압승해야 이 정권의 폭정을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더 과감한 혁신으로 국민 신뢰를 찾고, 청년·중도층도 당 안에 품어야 한다고 외쳤다.

하지만 당을 살리는 길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보수의 새 가치와 비전을 바탕으로 건강한 보수로 거듭 나 정부를 견제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극우에 끌려가서는 내년 총선은 물론 수권정당의 꿈은 시쳇말로 태몽이 아닌 개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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