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미국의 AP 통신은 1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요구 사항을 과장했다고 관리들이 말한다’의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의 손을 들어주었다. AP는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진 뒤 “이번 경우에는 북한 말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2일 세계일보는 AP는 “북측 요구 사항은 지난 몇 주일 동안 실무급 대화에서 북한이 줄곧 제기해왔었다”고 인용, 보도다.

AP통신에 따르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간 실무급 회담에서 북한이 대북 제재 전면 해제가 아닌 부분 해제를 요구했고,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와 동일한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필리핀을 방문한 미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1일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논의 과정에서 그들은 어제 리 외무상이 말한 대로 민수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단서를 달았고, 미국 측은 실무협상 과정에서 북한 측에 이에 대한 정의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살펴보면 이들 제재는 금속 제품과 원자재, 운송수단, 해산물, 석탄 수출품, 정제유 수입품, 원유 수입품 등 그 대상 범위가 넓다”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북측에 그들의 조건이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명확히 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는 기본적으로 무기를 제외한 모든 제재를 아우르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나는 그들(북한)이 말장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들이 요구한 건 기본적으로 모든 제재의 해제이다”고 잘라 말했다.

북한의 리 외무상은 그러나 하노이 심야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해제가 아니고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11건 가운데 2016∼2017년 채택된 5건, 그중에 민수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AP 통신은 “미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도 북한이 미국에 요구한 것은 2016년 3월 이후 유엔 안보리가 부과한 제재가 해제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여기에는 10년 또는 그 이상 지난 모든 대북 결의를 포함하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AP는 “유엔 안보리가 북한에 12번가량에 걸쳐 제재를 가했고,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제재를 받는 나라 중의 하나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 통신은 “김 위원장은 실제로 많은 제재 해제를 모색했고, 여기에는 철, 광물, 사치품, 수산물, 석탄 수출, 정제유 수입품, 원유 수입과 관련된 제재가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AP는 “김 위원장은 무기 거래와 관련된 제재 해제를 요구하지 않았다”면서 “무기 거래 관련 제재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감행한 2006년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통신은 “이런 이유로 북한 입장에서 이것은 핵심적인 차이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AP는 “북한이 핵무기가 자위 수단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현 단계에서 핵무기 및 미사일과 관련된 직접적인 제재를 수용하겠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AP는 “북한이 무기 분야 이외의 무역에 관한 제재를 사악한 조치라고 여기고 있고, 협상의 출발점에서 무기 거래에 관한 제재를 제외했다”고 강조했다.

AP는 “북한의 제재 해제 요구 내용이 강력한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대로 북한이 모든 제재를 해제하라고 요구한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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