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는 5일 오전 1시를 기해 초미세먼지(PM-2.5) 경보를 발령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바라본 여의도 일대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
[신소희 기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사상 처음으로 닷새 연속 시행된 가운데, 출근길 시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불편함을 호소했다.

평소 간헐적인 미세먼지 정도는 신경쓰지 않던 이들도 이날만큼은 마스크를 꺼내 들었다고 하소연했고 정부에 대한 불만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5일 오전 안국역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직장인 함예린(30·여)씨는 마스크를 착용하고도 연신 기침을 하며 "아침에 일어나면 미세먼지(수치)부터 확인한다"며 "오늘은 200(㎍/㎥) 가까이 되는 것 같아서 놀랐다. 심지어 미세먼지 냄새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라고 털어놨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와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서울의 1시간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145㎍/㎥를 기록했다.  

2015년 정부가 공식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다. 초미세먼지 농도 '매우 나쁨'(76㎍/㎥ 이상) 기준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지금까지 서울 지역의 하루 평균 농도 최고치는 지난 1월 14일 기록한 129㎍/㎥였다. 

동쪽이 산맥에 막힌 지형 효과가 더해져 대기 정체가 유독 심한 세종의 1시간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164㎍/㎥, 충북은 150㎍/㎥까지 치솟은 상태다.

이들 지역과 함께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경기 154㎍/㎥, 인천 131㎍/㎥, 대전 134㎍/㎥, 충남 110㎍/㎥, 광주 143㎍/㎥, 전북 138㎍/㎥, 강원 118㎍/㎥, 전남 90㎍/㎥ 등도 매우 나쁨 수치를 훌쩍 넘겼다. 

사상 처음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제주의 1시간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나쁨'(36~75㎍/㎥)에 해당하는 74㎍/㎥를 기록하고 있다. 

서쪽과 달리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을 덜 받는 부산(50㎍/㎥)과 울산(46㎍/㎥) 등 동쪽 지방도 나쁨 수준의 농도를 보인다.  

이에 따라 서울에 이어 경기 동·북부, 경북 서부에도 잇따라 초미세먼지 특보가 내려졌다.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시간당 평균 농도가 75㎍/㎥ 이상이 2시간 지속될 때, 경보는 시간당 평균 농도가 150㎍/㎥ 이상인 상태로 2시간 지속될 경우 각각 내려진다.

한편 이날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대기 정체로 국내·외 미세먼지가 축적되고 낮 동안 국외 미세먼지가 유입되면서 온종일 전 권역에서 농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 이어 6일까지도 초미세먼지 농도는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될 가능성이 크다.

전국적으로 엿새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사례는 없다.  

기상청·환경부 등 관계 당국은 최근과 같은 '최악의 미세먼지'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분간 바람이 약하고 대기가 안정돼 있어 초미세먼지·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지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1시 서울 지역 초미세먼지 경보를 발령하며 "어린이, 노약자 등은 실외활동을 금지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강한 북풍이 불 것으로 관측되는 오는 7일께에는 잠시나마 농도가 옅어질 수 있으나 이날이 지나면 다시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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