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밀꽃 사랑
[김승혜 기자]2001년 12월 24일 서울에 있는 한 하숙집에서 일어난 실화다.

한 대학생이 자살을 했다. 경찰이 타살인지 자살인지 밝히기 위해 방 안을 조사하는 도중 그 대학생의 일기장이 눈에 들어왔다. 한 경찰관은 죽음의 단서를 찾기 위해 그 일기장을 읽어 보았다.

일기장엔 바로 옆 방의 어떤 여자를 짝사랑하며 쓴 글로 가득했다. 자살하기 바로 전 날의 일기를 보았다.

12월 24일 월요일 맑음

오늘도 그녀가 날 보며 웃음을 보였다.

난 한마디도 말 못하고 그녀를 피했다.

너무도 사랑스런
그녀의 웃음을 피하기만하는
내가 너무 한심스러워
그녀를 생각하며
깡소주를 비울 때쯤

그녀의 방에서 들리는침대의 삐그덕 거리는 소리..

그리고 그녀의 신음소리..
아닐꺼야 이건 환청일꺼야

날보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 그녀가
그럴리 없다

하지만 분명히 들리는 그녀의 신음소리 ..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세상이 싫다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할 것 같은 한없이 사랑스러워 보이던 그녀가...

애써 그소리를 외면하려해도
그녀의 추잡한 신음소리는
더욱 나를 괴롭게 만든다..

더럽다..
삶이 싫다..
그녀가 더이상 싫다.

일기는 여기까지 였다.
경찰관은 어떤 여자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옆방의 여자를 보기위해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

조용히 문을 두들겨 보았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않았다.
그렇게 하루가 흘렀다.

그 뒤론 그녀의 모습을 본적이 없다던 하숙집 주인아주머니의 말에 그녀의 방을 수색하기 위해 조용히
그녀의 방에 들어선 순간.

침대 위에 싸늘히 식어있는
그녀의 시체를 보았다.

한 손엔 독약을 손에 쥔 채로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책상 위에는 종이가 한장 남겨있었다.

그 종이는
대학생이 자살하기 바로 전 날 씌여진 것이었다.

12월 23일
내가 좋아하는 ,
내가 정말 사랑하는 그는
오늘도
내 웃음을 외면하고 말았다

나 같은 여자는
사랑을 할 자격조차 없는걸까

아무리 내가 좋아한들 ..
내겐 아무런
눈길조차 보여주지 않는 그를 더이상 사랑해도 되는걸까..

언제나 내게
싸늘한 뒷 모습만 보여주는구나

그에게
이렇게 외면당하는 내가 싫다.

이 종이를 읽은 경찰관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 대학생이 들은 그녀의 신음소리는
그가 생각했던 다른 남자와의
추잡한 행위가 아닌
그 대학생을 너무나 사모한 나머지
독약을 먹고
고통에 시달리며 이세상을 떠나간
그녀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같은 상황일지라도
사람마다 생각하는건
하늘과 땅 차이다.

서로가 마음을 닫고 말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비극만 남을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만 더 다가가
진실을 말했더라면

아마 저 둘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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