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11일 오전 광주로 출발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32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집에서 나와 대문 앞에서 대기 중이던 차량에 바로 탑승했다. 부인 이순자씨도 함께였다.

오전 7시 30분쯤 전씨 자택 앞에 모인 자유연대ㆍ자유대한호국단 등 보수성향 단체 회원 70여 명은 군복과 패딩 차림으로 ‘5ㆍ18 광주사태 내란 폭동이다’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든 채 “40년 전 일을 가지고 광주에서 재판하는 것은 인권 유린”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확성기로 “5ㆍ18 유공자 명단과 공적 조서를 공개하라” 등 5ㆍ18 광주민주화운동과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치고 경력을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전 전 대통령은 오전 8시 32분쯤 검정색 정장에 연한 노란색 넥타이 차림으로 부인 이순자 여사와 함께 자택에서 걸어 나와 에쿠스 승용차에 올라탄 뒤 광주로 출발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차량이 떠난 뒤에도 집회를 이어갔다. 이들은 한 기자가 집회에 참석한 지만원 씨에게 “전두환을 아직도 영웅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격분해 폭언을 퍼부으며 밀치는 등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법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30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한다.

전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서는 건 1996년 내란수괴·내란·내란목적살인 등 13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지 23년 만이다.

그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고(故) 조비오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고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밝혀 지난해 불구속 기소됐다.

기소된 이후 지난해 5월과 7월, 지난 1월로 예정됐던 재판에 알츠하이머 등을 이유로 연이어 출석하지 않자 광주지법은 지난 1월7일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의 효력기간은 11일로, 인치 장소는 광주지법 법정동 201호다.

▲ 광주지법으로 향하는 전두환, 이순자씨
법원이 사실상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자 전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변호인을 통해 이번 재판에는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인 이순자씨의 법정 동석도 신청했다.

전 전 대통령의 광주행에는 평소 근접 경호를 수행하던 경호팀과 서대문서 형사 2개팀이 동행한다. 강력 형기차2대, 경찰차 1대, VIP 승용차 1대, 검찰 측 차량 1대 등 총 5대가 이동할 예정이다.

연희동 현장에는 6개 중대 500여명의 경찰이 배치됐다. 전 전 대통령의 재판 출석에 반대하는 집회를 연 보수단체와 보수 성향 유튜버, 경찰과 취재진이 뒤섞여 일대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광주에서도 법정 안팎, 법원 외곽 등에 모두 600여명의 경찰력을 배치해 대비 중이다. 법원은 앞서 돌발 상황 등에 대비한 경찰력 배치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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