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캡쳐
[신소희 기자]“하루 아침에 장애인 성폭행범으로 몰려 구속된 아버지. 그러나 아버지는 피해자의 얼굴조차 알지 못한다고 했다. 아버지의 결백을 굳게 믿은 딸 혜정씨(가명)는 그날 이후 직접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2일 밤 MBC ‘PD수첩’에서 하루아침에 장애인 성폭행범으로 몰려 실형을 선고받은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1년 6개월을 쫓아다닌 딸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이날 방송에서 경찰의 초동수사는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피해자가 지목한 성폭행 장소의 CCTV조차 입수하지 않았다. 피해자의 진술에도 이상한 점이 많았다. 성폭행 장소라고 지목했던 모텔은 사건 당시 공사 중이었다. 피해자의 고모가 그 모텔이 아니고 다른 모텔이라고 정정하자 경찰은 고모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1층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지만 1층에는 객실이 없었다. 경찰의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었던 혜정씨는 임신한 몸으로 서너 번씩 주변 사람들을 찾아가 받아낸 사실확인서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책 한 권 분량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1심에서 아버지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8개월된 아이를 맡기고 본격적으로 사건을 쫓기 시작한 혜정씨는 피해자와 함께 살고 있었던 고모가 의혹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했다. 마을 사람들은 고모 부부가 조카인 피해자에게 사료 배달일을 시키며 노예처럼 부린다고 했다. 더욱 놀라운 이야기는 고모가 동네 사람을 조카의 성폭행범으로 신고해 합의금을 받아낸 전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어렵게 피해자를 만난 혜정씨. 피해자는 혜정씨 아버지가 성폭행범이 아니라고 했다. 고모가 시킨 일이었다는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성폭행을 한 사람이 피해자의 고모부였다는 것이었다.

2심에서 무죄로 풀려난 아버지. 11개월의 옥살이. 딸은 유산을 했고, 아버지는 생업을 잃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준 것은 수사기관도 사법기관도 아닌 딸이었다.

3일 전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혜정씨 아버지는 최근 위증을 강요받은 조카, 조카와 거주하고 있는 동거인, 또 다른 무고 피해자 등과 함께 최근 고모를 무고와 위증,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또 고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하는 한편 조만간 소환 조사를 벌인 뒤 무고 등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카를 실제 성폭행한 고모부는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는 혜정씨 아버지의 차량 주행 기록과 거짓말 탐지기 거짓 반응을 토대로 사건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며 "당시 수사가 부실한 측면이 있는지 여부 등을 살펴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송 이후, SNS상에는 검경과 법원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일반인 혼자서 저 정도로 조사할 수 있는 사안을...경찰은 무엇을 수사했나.”, “한국에선 돈 없고 빽 없는 사람이 무고에 의해 용의자로 몰리면 '유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어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고, 힘 있고 돈 있는 사람이 범죄용의자가 될 경우 저지른 범죄의 정황이 확실한데도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해 조력을 받아 빠져 나가는 헬 조선. 법은 평등한가?”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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