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탁현민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민주당 홍보위원장으로 기용하는 방안이 거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탁 전 행정관의 당 입성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전해져 그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민주당 관계자는 "아이디어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탁 전 행정관의 영입설은 점차 구체화할 전망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앞서 복귀설만 무성했던 양정철 전 비서관이 민주연구원장직을 수락했고 양 전 비서관의 복귀 역시 이 대표가 크게 힘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밖에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권혁기 전 춘추관장 등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당으로 속속 돌아오며 친정체제를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대표의 '당·청 관계 변화' 예고는 '공수표' 아니냐는 관측이 크다는 전언이다.

'親文 순혈주의'로 당을 정비하면 여당이 청와대를 향해 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 이에 보선이 끝난 후 당 안팎에서 이 대표의 지도력에 노골적 반감이 표출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강한 여당'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4·3 보궐선거에서 '0승' 성적표를 받아든 이후 "선거현장 분위기로 보면 경제상황에 대한 불만과 호소가 많았다"며 "5월 9일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으로, 앞으로 3년간 정부와 당을 어떻게 운영할지 평가하는 기회를 갖겠다"고 밝히는 등 당·청 관계 변화를 예고한 상태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경륜이 있다 보니까 처음에 '올드보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청와대를 견제할 만한 내공이 있을 거라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실상 8개월 동안 청와대에 제 목소리를 낸 게 뭐가 있었나"라며 "보선 후에 지도력이 입방아에 오르니까 갑자기 당청관계 변화를 얘기하는 것 같은데, 문재인 대통령 측근들을 데리고 무슨 말을 크게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고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한편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청와대를 향한 야당과 종편의 공세를 선동 목적의 '쑈(쇼)'라며 목소리를 높혔다.

탁 전 행정관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난 2년간 가장 많이 들어왔던 말은 '쑈'였다. 정확하게는 '쑈 하고 있다'는 말이었다"며 "이십대 중반부터 행사를 기획하고 공연을 연출하면서 마흔 중반에 이르기까지 해왔던 일이 '쑈'였는데 이제야 '쑈'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듣게되니 드디어 나도 인정을 받은 셈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물론 '쑈'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쑈'가 나로서는 더욱 흥미로워서 내가 만든 '쑈'와 그들의 '쑈'를 두고 비교해보거나 분석해보거나 하기도 했다"며 "가끔은 저렇게 '쑈'를 만들 수 있는 자신감이 부러웠고 더 가끔은 '아! 저렇게 해도 되는구나' 놀라울 때도 있었다"고 비꼬았다.

그는 "순전히 연출적 입장에서만 볼 때는 안타까울 때도 많았다"며 "정치적 이슈와 관련한 야당들의 '쑈'나 몇몇 종편 프로그램들의 연출과 구성을 보면 '아! 저걸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 싶은 것도 많아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이런 저런  조언을 해드릴까 싶기도 했다"고 했다.

탁 전 행정관은 "무대란 본질적으로 인위적 공간이다. 어떤 의미에서 '진실된 무대'라는 말은 형용모순"이라며 "형용모순이기는 하나 제대로 만들어진 무대의 진실은 언제나 진심으로 관객에게 전달되기를 목적으로 한다. 그랬을 때만이 관객이 감동을 받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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