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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66년 만에 사라진다…천주교 "깊은 유감"
신소희 기자  |  roryrory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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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11  19: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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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낙태죄 처벌 위헌 여부를 밝히 재판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및 재판관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신소희 기자]헌번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한 위헌 여부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지난 2012년 헌재가 낙태죄 처벌은 합헌이라고 결정한 지 7년 만에 이를 뒤집은 것이고, 1953년 낙태죄가 제정된 지 66년 만에 나온 폐지 결정이다. 

헌재는 11일 산부인과 의사 A씨 등이 제기한 형법 269조 1항 및 270조 1항 관련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4(헌법불합치)대 3(단순위헌)대 2(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재판관 9인 중 7인이 위헌 판단한 셈이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즉시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 법적 공백으로 사회적 혼란이 생길 수 있어 법 개정 시한을 두는 것으로, 헌재는 2020년 12월31일을 시한으로 개정하되 그때까지 현행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개정되지 않을 경우 2021년 1월1일부터 효력을 상실시켜 전면 폐지하도록 했다.

헌재는 낙태를 전면 반대하고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임신과 출산은 여성 삶에 근본적·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며 "임신 유지 여부는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과 사회관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하는 전인적 결정"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려면 임신 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확보돼야 한다"며 "관련 정보와 조언을 얻어 숙고한 끝에 낙태를 결정한 경우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 실제로 수술을 완료하기까지 필요한 기간이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여성이 이같은 결정을 할 시기를 임신 22주로 봤다. 신부인과 학계에서 이 시기부터 태아의 독자적 생존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헌재는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고 낙태를 감소할 사회적 여건을 마련하는 등 사전·사후 조치를 종합해 투입하는 게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실효적인 수단"며 "형벌 여부가 낙태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실제 형사처벌 사례도 매우 드물어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 생명 보호를 실효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현행 모자보건법이 정하는 낙태 가능 사유가 사회적·경제적 사항까지 포함하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헌재는 "낙태가 범죄행위로 규율되면서 낙태 관련 상담이나 교육이 불가능하고 정확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될 수 없다"며 "법적 구제를 받기 어렵고, 비싼 수술비를 감당해야 해 미성년자나 저소득층 여성들이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받기 쉽지 않다. 헤어진 남성의 복수 수단, 가사·민사 분쟁 압박수단 등으로 악용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자보건법상 정당화사유는 학업·직장 지장, 소득 불안정, 이미 자녀가 있어 더이상 감당할 여력이 안되는 경우, 양육을 위해 휴직하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 상대 남성과 교제 지속 계획이 없는 경우, 남성의 낙태 종용, 사실상 혼인이 파탄된 상태에 배우자 아이 임신한 경우, 미성년자의 원치않는 임신 등을 포함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기낙태죄 조항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태아 생명보호라는 공익에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법익균형성 원칙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의사낙태죄에 대해서도 "임신한 여성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조항도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단순위헌 의견을 통해 "안전한 낙태를 받기 위해 임신 14주까지는 어떤 사유 없이 임신한 여성이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합헌 의견을 낸 조용호·이종석 재판관은 "태아의 생명 보호는 매우 중대하고 절실한 공익이다. 특정 기간에는 임신한 여성의 인격권이나 자기결정권이 우선하고, 그 이후는 태아의 생명권이 우선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산부인과 의사 A씨는 2013년 1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69회에 걸쳐 임신중절수술을 한 혐의(업무상 승낙 낙태)로 기소되자 1심 재판 중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2017년 2월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형법 269조 1항에 따르면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같은법 270조 1항은 의사·한의사·조산사·약제사·약종상이 부녀의 촉탁이나 승낙을 얻어 낙태하게 하면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모자보건법 14조에 따르면 의사는 대통령령에서 정한 정신장애 및 질환이 있거나 강간·준강간에 의한 임신, 법률상 혼인이 불가한 혈족·인척간 임신, 임부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만 낙태 수술을 할 수 있다. 단 임신 24주 이내에만 가능하다.

앞서 헌재는 2012년 8월 낙태죄 관련 사건에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형법 270조 1항 중 조산사에 대해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한 경우 처벌하는 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천주교, 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깊은 유감"

한편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선고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김희중(사진) 대주교는 이날 입장문을 발표하고 "헌재의 이번 선고는 수정되는 시점부터 존엄한 인간이며,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존재인 태아의 기본 생명권을 부정할 뿐만 아니라,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 고착(固着)시키고 남성에게서 부당하게 면제하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주교회의는 "임신에 대한 책임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동일하다"며 "잉태된 생명을 보호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에게 맡겨진 책임"이라고 했다. 이어 "낙태는 태중(胎中)의 무고한 생명을 직접 죽이는 죄"라며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라는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법률에서 낙태죄가 개정되거나 폐지되더라도, 낙태의 유혹을 어렵게 물리치고 생명을 낳아 기르기로 결심한 여성과 남성에 대한 지지와 도움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낙태로 정서적, 정신적, 신체적으로 큰 상처를 입고 화해와 치유를 필요로 하는 여성에게도 교회의 문은 열려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새 생명을 잉태한 여성과 남성이 용기를 내어 태아의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선택하도록 도와줄 법과 제도의 도입을 대한민국 입법부와 행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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