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일본 업체 회복세…현대·기아차 위기감 고조

정 회장 "기초역량을 탄탄하게 다져라"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최근 해외 시장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연이어 강조하는 등 국제시장 변화에 대해 촉각을 세우라는 지시를 내고 있다.

정 회장은 23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하반기 해외법인장 회의를 열고 "내년은 세계 자동차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에서 벗어나 성장 국면에 접어드는 중요한 시기"라며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앞서 지난 10월 정 회장은 유럽으로 19개월만에 현장경영에 나서기 전 유럽시장 회복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한 데 이어 이날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재차 선제적 대응을 당부한 셈이다.

정회장이 ‘선제대응’을 강조하는 것은 최근 세계 경제가 서서히 기지개를 펴면서 내년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격변의 시기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5년간 경기 침체기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연간 14.2%라는 유럽·일본 등 해외 글로벌 메이커들을 압도하는 성장세를 일궈냈지만, 최근 부진했던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엔저 현상을 업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 유럽 자동차 회사들도 이제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 정몽구 회장이 슬로바키아에 방문해 현장경영을 실시하고 있다.

이미 현대·기아차는 독일 메이커 등에게 내수 시장 점유율을 많이 빼앗긴 상태다. 올해 국내 시장에서 사상 초유의 실적 부진으로 시장 점유율이 70%대로 떨어졌고,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101만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 감소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 파업과 품질 논란 등으로 내수 시장은 부진했지만 해외 시장에서 국내의 5배가 넘는 590만대를 판매했으며,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7.8%나 증가한 것으로 올해 실적을 지탱한 것은 해외 시장이었다.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 비중은 해를 넘길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2002년까지 해외 생산비중이 10%를 밑돌았으나 2003년 11.9%로 처음 10%를 넘어선 이래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지난 2010년 처음으로 50.3%로 절반을 넘어섰으며 지난해는 55.7%까지 높아졌다. 올해 상반기만 놓고 보면 61.5%까지 상승했다.

올해 현대∙기아차는 지난달까지 글로벌 690만대를 판매, 전년보다 6% 증가한 판매 실적을 기록 중이다. 현대·기아차는 이 같은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목표인 741만대를 뛰어 넘어 750만대 이상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체간 경쟁은 내년들어 더욱 심화될 전망이라 그동안 경쟁 업체들의 부진을 틈타 급성장해온 현대·기아차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 회장은 이날 법인장 회의에서 "변화의 시기에 적기 대응하는 자동차 업체만이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기아차는 내년에도 주력 시장인 미국, 중국 자동차 시장의 수요가 확대되면서 실적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거둔 유럽, 인도, 러시아 등도 내년에는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겠지만 미국 양적완화 축소의 시행 시기와 정도에 따라 전반적인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데 우려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내년 현대∙기아차를 둘러싼 환경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며 "메이커간 경쟁은 더 치열해지겠지만 현대∙기아차는 원달러 환율 하락 및 수입차들의 공세로 국내외에서 힘겨운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날 법인장 회의를 통해 '기본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생산, 판매 전 부문이 기본으로 돌아가 기초역량을 탄탄하게 다져라"라며 "신차들의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객 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판매 성장세를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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