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노해, 시인
[김승혜 기자]1957년 전라남도 함평에서 태어나 1984년 스물일곱 나이에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출간한 박노해 시인, 군사독재 정부의 금서 조치에도 100만 부 가까이 발간된 이 한 권의 시집은 당시 잊혀진 계급이던 천만 노동자의 목소리가 되었고, 젊은 대학생들을 노동현장으로 뛰어들게 하면서 한국 사회와 문단을 충격으로 뒤흔들었다.

그가 부모로서 자식에게 해줄 약속은 단 3가지였다고 말했다.

첫째는 내 아이가 자연의 대지를 딛고 동물들과 마음껏 뛰놀고, 맘껏 잠자고 맘껏 해보며, 그 속에서 고유한 자기 개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자유로운 공기 속에 놓아두는 일이다.

둘째는 안 되는 건 안 된다를 새겨주는 일이다. 살생을 해서는 안 되고, 약자를 괴롭혀서는 안 되고, 물자를 낭비해서는 안 되고, 거짓에 침묵동조해서는 안 된다.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것을 뼛속 깊이 새겨주는 일이다.

셋째는 평생 가는 좋은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자기 앞가림은 자기 스스로 해나가는 습관, 채식 위주로 뭐든 잘 먹고 많이 걷는 몸생활, 늘 정돈된 몸가짐으로 예의를 지키는 습관, 아름다움을 가려보고 감동할 줄 아는 능력, 책을 읽고 일기를 쓰며 홀로 고요히 머무는 습관, 우애와 환대로 많이 웃는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그러니 내 아이를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유일한 것은 내가 먼저 잘 사는 것, 내 삶을 똑바로 사는 것이었다. 유일한 자신의 삶조차 자기답게 살아가지 못한 자가 미래에서 온 아이의 삶을 함부로 손대려 하는 건 결코 해서는 안 될 월권행위이기에 나는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자 안달하기보다 먼저 한 사람의 좋은 벗이 되고, 닮고 싶은 인생의 선배가 되고, 행여 내가 후진 존재가 되지 않도록 아이에게 끊임없이 배워가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저 내 아이를 믿음의 침묵으로 지켜보면서 이 지구별 위를 잠시 동행하는 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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