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작가 JK의 'Redwood'
[김승혜 기자]캘리포니아 북쪽 해안가에 위치한 레드우드 국립공원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이 자라는 나무인 레드우드 나무가 있다. 고대 자이언트 세쿼이아의 사촌 격인 레드우드는 공룡 시대부터 북반구를 지배한 나무 종류로 꼽힌다. 마지막 빙하기 무렵 레드우드의 영토는 캘리포니아 북부의 해안선으로 밀려났지만 생존자들은 자연의 풍파를 견디며 살아왔다.

이 나무는 보통 60~ 70m 높이로 자라는데 100m가 넘는 나무들도 많다. 여기서 가장 오래된 나무의 수령은 2,400년, 어른 열 명이 손을 잡아도 안을 수 없을 정도의 나무다.

오늘날 레드우드 가운데는 예수 출생 때부터 자란 나무도 있다. 수많은 세대교체를 지켜본 산 증인인 것이다. 하지만 고대 레드우드 중 95% 이상이 인간의 욕심으로 벌목되었다.

학계에서는 레드우드의 임관이 생물학적으로 별 특징이 없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 나무에는 밝혀질수록 그 특징들이 넘쳐난다. 큰 나무 한 그루 만 한 나뭇가지가 90cm 두께로 쌓인 임관 토양을 지탱하는데, 썩은 레드우드 잎과 양치류 뿌리로 구성된 이 토양은 기이한 세계의 심장부이다. 스티브 실렛은 놀랍게도 레드우드 꼭대기에서 폐와 아가미 기능이 떨어져 피부를 통해 호흡하는 도롱뇽을 발견했다. 늘 촉촉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임관 토양 주변에 머무는데, 평생 나무 한 그루에서 지내며 죽을 때까지 땅을 안 밟는 도롱뇽도 있다.

또 이 나무에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뿌리가 불과 3~4m 밖에 내려가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지역은 암반이 깔린 지질이기 때문에 나무 뿌리가 암반을 뚫고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그 나무들이 거센 태풍을 견디며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생명력 있게 자라 온 것일까?

그 이유는 나무들의 뿌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레드우드 나무는 깊게 뿌리를 내리지 않지만, 대신 옆으로 길게 뿌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어 마치 숲 자체가 하나의 나무인 셈이다.

비록 얕지만 서로 연결된 뿌리는 거센 비바람이 몰아칠 때 큰 위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서로 넘어지지 않게 붙잡아 주고, 가뭄 때에는 영양분이 부족한 나무로 영양분을 나누어 주어 서로를 도와준다. 레드우드는 이렇게 시련의 순간에 무서운 인내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거목을 지탱해 주는 힘은 바로 함께하는 연합에 있다. 어려운 시련과 풍파가 닥쳐도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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