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민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민호 기자]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29일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발 속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2건,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범여권이 20대 하반기 국회 입법 주도권을 거머쥐며 선거제 개혁과 문재인 정부 주요 개혁과제인 사법개혁 드라이브에도 본격적인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에 반대해 국회 점거까지 강행한 한국당이 장외투쟁을 불사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당분간 국회는 전면 파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개특위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무기명 표결을 진행한 결과, 재적위원 18명 중 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8명, 바른미래당 2명, 민주평화당 1명 등 총 11명의 찬성으로 해당 안건을 가결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요건인 상임위원회 재적위원 18명 중 5분의 3(11명) 이상 동의를 충족한 것이다.

이로써 이들 법안은 사개특위 심사와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 본회의 부의 등의 절차를 거쳐 최장 330일 이후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는 '패스트트랙 열차'에 오르게 됐다.

패스트트랙을 탈 선거법 개정안은 지역구 225석·권역별 비례 75석 고정 및 연동률 50% 적용, 선거권 연령 만 18세로 하향 등이 핵심이다.

공수처 설치법은 여야 4당 합의안과 바른미래당의 권은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 동시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합의안은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 수사에서만 공수처가 제한적으로 기소권을 갖는다는 내용이 핵심인데, '권은희 안(案)'은 공수처의 공소제기 여부를 심의·의결할 기소심의위원회를 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날 오후 10시 예정됐던 사개특위는 한국당의 극렬한 반대로 회의 개의부터 법안 표결까지 그야말로 '난장판'에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패스트트랙이 지정되기까지 여야 4당과 한국당은 극한의 대치 상황이었다. 한국당은 통상적으로 사개특위 회의와 정개특위 회의가 열리는 국회 225호와 445호 회의실을 점거하고 여야 4당 의원들의 출입을 온몸으로 저지할 계획이었다.

▲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문체위 회의실에서 열린 검찰개혁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를 위한 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의 의원들이 발언을 주지 않는것에 대해 이상민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여야 4당 의원들은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개특위 회의가 열리는 시간은 29일 오후 10시, 정개특위 회의가 개최되는 시간은 오후 10시 30분.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회의장을 점거하는 한국당 의원들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하다가 돌아간 것이 전부였다. 

오후 10시 20분쯤 여야 4당 사개특위 위원들은 5층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인 506호로, 정개특위 위원들은 정무위원회 회의실인 604호로 일제히 이동했다. 미처 한국당 의원들이 점거하지 못한 곳이었다. 

정개특위와 사개특위는 특별위원회이기 때문에 특별히 정해진 회의실이 따로 없고, 국회 내 회의실로 지정된 곳이면 어디에서든 개의할 수 있는 부분을 여야 4당이 이용한 것이다.

부랴부랴 한국당 의원들은 두 갈래로 나눠져 506호와 604호로 이동했지만, 이미 여야 4당 의원들이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한국당 의원들은 회의장 안에서 거세게 항의하며 소란을 피웠지만,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과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회의를 진행했고, 절차대로 패스트트랙을 지정했다.

한편 이날 여야는 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정개특위 종료 직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수십년을 기다려 온 정치개혁과 사법개혁을 완수한 역사적 날"이라며 자축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해찬 대표는 "역사적으로 참 의미있는 날"이라며 "사법개혁법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굳건하게 시우는 아주 중요한 법이다. 선거법 문제는 한국당을 포함해 다른 당과 진지하게 논의해 좋은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여야4당을 강하게 규탄했다. 한국당은 이미 패스트트랙 지정 움직임에 반발, 장내외 투쟁을 병행한 강경한 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전날 의총에서 "범여권 4당의 패스트트랙 움직임은 좌파 집권연장 정치이자 좌파독재정치로, 그 배후는 청와대"라며 "패스트트랙 독재에 절대로 물러설 수 없다. 온 국민과 맞서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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