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의상을 입은 나루히토 일왕이 8일 일본 도쿄의 황궁에서 이세 신궁에 왕실 사절을 보내고 옛 일왕들 묘에 즉위를 고하는 의식을 치르고 있다.
[김민호 기자] 일본의 제125대 아키히토 국왕이 지난달 30일 퇴위하고 새로 126대 나루히토 일왕(徳仁) 이 지난 1일 즉위했다.

나루히토는 지난 8일에는 도쿄(東京) 고쿄(皇居·일왕이 거처하는 궁) 내 조상신을 모시는 신전 규츄산덴(宮中三殿)에 즉위를 고하는 의식을 치렀다.

규추산덴은 일본 왕실의 조상이라는 아마테라스 오오미카(天照大神)를 모시는 가시코도코로(賢所)를 비롯해 여러 신을 모시는 고쿄 내 3개의 신전을 말한다.

그는 가시코도코로에서 즉위 및 향후 즉위 관련 일정을 조상신에게 고하고 참배했다. 이어 나머지 2개의 신전인 일본 왕실 조상을 모시는 '고레이덴(皇霊殿)', 국내 여러 신을 모시는 '신덴(神殿)'에도 참배했다.

그렇다면 일본인에게 ‘천황’은 어떤 의미일까

불과 70년 전 미국과 일본은 서로를 귀축(鬼畜·아귀와 축생)이라 비난했다. 일본은 미국 영토를 공격한 최초의 국가이며 자살특공대로 결사 항전했다. 미국은 원자폭탄으로 응수했다. 일본 국민은 천황 수호를 위해 옥쇄를 다짐했다. 자기 목숨보다 천황이 소중했다.

8월 9일 소련(현 러시아)이 참전했다. 천황도 군부도 항복을 택했다. 원자폭탄보다 소련이 더 무서웠다. 공산 국가 소련이 점령하면 봉건제의 잔재인 천황제는 소멸하기 때문이다. 당시까지(지금도) 일본은 천황의 나라, 즉 황국(皇國)이었다. 일본의 군대가 아니라 천황의 군대(皇軍)이며, 국민이 아니라 적자(赤子·왕의 사랑을 받는 갓난아이)이며, 일본 만세가 아니라 천황 만세였다. 소련이 상륙하기 전 미국에 항복하는 것이 천황을 지키는 길이었다.

1946년 새해 첫날 히로히토 ‘천황’은 다음과 같은 역사적인 교지를 발표한다.

“나와 우리 국민간의 유대는 상호 신뢰하는 경애로 맺어진 것이지 신화나 전설에 의한 것은 아니 다. 천황은 신이며, 일본인이 다른 민족보다 우월해 세계를 지배할 운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가공의 관념일 뿐이다.”

당시 일본 국민들은 ‘천황’이 직접 육성으로 ‘나는 신이 아니다’라고 밝히자, 그 충격이 엄청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계속 “천황”이라고 호칭하고, 미국 등 많은 나라 등도 “천황”이라고 부른다.

사실, ‘천황은 하늘이 보내준, 즉 신격화됐다’는 뜻인데, 히로히토 천황이 신의 지위를 스스로 포기 했기에, “천황”이라고 부르면 안 되는 것이다. 그냥 ‘국왕’ 또는 ‘황제’라고 불러야 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가마쿠라, 무로마치막부를 비롯해 에도막부에 이르기까지 천황은 상징적인 존재로서 실제 권력은 쇼군이 잡고 있었다 그러므로 일본에는 분봉왕도 없었을 뿐더러 천황은 그럴 힘도 없었다

에도막부는 도쿠가와가문이 쇼군을 세습하면서 충성도에 따라 지방의 영주에 해당하는 다이묘大名를 두어 전국을 통치했다

단지 도쿠가와막부로 부터 권력을 되찾아 온 메이지천황을 시작으로 쇼와천황대에 이르러 왕권이 극에 다다랐지만 패전 후 권력을 잃고 지금은 천황이라고 이름만 거창하지 실제 아무 권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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