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바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 임원 서 모씨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미영 기자]삼성 바이오로직스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의혹 관련 증거를 인멸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 삼성전자 임원들이 구속됨에  따라 그룹 차원의 조직적 증거인멸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1일 삼성전자 사업지원 TF(태스크포스) 소속 백모 상무와 보안선진화 TF 소속 서모 상무의 증거인멸 및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송 부장판사는 "각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피의자 및 관련자들의 수사에 대한 대응방식 및 경위에 비춰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증거인멸 과정이 백 상무와 서 상무 등의 지휘 아래 이뤄졌다고 보고, 이들을 직접 불러 조사한 뒤 지난 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들이 미래전략실(미전실)의 후신으로 평가받는 삼성전자 TF 소속인 점에 주목, 증거인멸 과정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밖에도 삼성바이오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최근 불러 증거인멸 경위를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TF로부터 이같은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와 관련한 ‘증거인멸’을 주도한 것으로 포착된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TF)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에서 더욱 강력한 ‘소수 정예’ 로 구성된 미래전략실(미전실)의 후신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 TF의 수장은 미전실 해체와 함께 물러난 정현호 사장이다. 미전실 사장단 8명 중 유일한 복귀였다. 그가 더욱 주목을 받은 건 이 부회장과의 관계 때문이었다.

10일 한겨레는 1990년대 중후반 이 부회장과 미국 하버드대에서 함께 공부한 정 사장은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을 가장 자주 면회한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미전실에서도 핵심 중 핵심인 인사지원팀장과 경영지원팀장 등을 맡았다. 당시 그의 복귀가 ‘미전실의 부활’로 해석될 수 있는데도 이 부회장은 그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내부 자료가 조직적으로 인멸됐고, ‘1차’ 지시자로 지목된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 소속 백아무개(54) 상무에 대한 구속되면서 실체가 드러나게 됐다.

검찰은 백 상무가 내용적으로, 서 상무가 기술적으로 증거인멸을 주도한 정황들을 포착했다. 이들은 지난해 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조사 직후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요 증거 파일이 담긴 서버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이들은 또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에 부스를 차려놓고, 사장을 포함한 임직원 수십명의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검색한 뒤 문제가 될 만한 파일을 삭제했다고 한다. 검색어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뜻하는 ‘JY’와 ‘합병’, ‘미전실’ 등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단어들이 많았다.

이들은 컴퓨터 등에서 이 부회장을 뜻하는 ‘JY’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VIP’, 그리고 ‘합병’ 등의 단어를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밀접히 연결돼 있어 사업지원티에프가 주축이 되어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삼성은 ‘VIP’도 이 부회장을 지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파일 삭제 때 기술적인 도움을 받으려고 삼성 계열사 중 전산 시스템 구축을 담당하는 삼성SDS 직원들을 대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삼성에피스 양모 상무와 이모 부장이 지난달 29일 증거인멸 혐의로 이미 구속됐다. 삼성바이오 보안담당 직원 안모씨도 같은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 증거 은폐·인멸·조작이 그룹 차원에서 진행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 임원 2명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이날 구속되면서 검찰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가 삼성그룹 차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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