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 “김영호(30)씨는 지난 3일 가평 국도에서 자신의 차량을 뒤따라오던 A차량이 근접거리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급하게 추월하려다가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김씨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추돌사고를 피할 수 없었는데도 현행 차 대차 사고 과실비율 인정 기준에 따라 사고 액의 20%에 대해 책임을 떠안아야 했다.”

예컨대 동일 차로 뒤에서 주행하던 차량이 가까운 거리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전방 차량을 급하게 추월하다 발생하는 일명 '칼치기'사고. 현재는 피해차량과 가해차량의 과실비율이 20대 80인데 앞으로는 0대 100로 가해차량의 일방과실이 적용된다.

또 교차로에서 직진차로에 있던 가해차량이 갑자기 좌회전해 추돌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피해차량은 사고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역시 앞으로는 일방과실 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과실비율 산정기준 개선 및 과실비율 분쟁조정 서비스 확대 방안을 마련, 피해자가 예측·회피하기 어려운 사고는 가해자의 일방과실(100대0)을 적용토록 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54개 과실비율 기준을 신설하고 19개 과실비율 기준을 변경한 내용을 담고 있다. 법조계 전문가 뿐만 아니라 학계, 정부, 경찰, 언론, 시민단체 등 각계의 교통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통해 개정안에 대한 검토를 거쳤다,

금융위에 따르면 현행 '과실비율 인정기준'의 차대차 사고 과실비율 기준(총 57개) 중 일방과실(100대 0) 기준은 9개(15.8%)에 불과하다. 특히 과실비율 기준이 없는 '피해자가 피하기 불가능한 사고'의 경우 보험회사가 쌍방과실로 유도한다는 소비자 불만이 지속돼 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개정안을 통해 피해자가 피하기 불가능한 사고 등에 대해 일방과실로 인정토록 22개 기준을 신설하고, 11개 기준을 변경했다. 따라서 기존에는 같은 차선에서 앞의 차량을 급하게 추월하다 사고가 발생해도 피해차량이 20%의 과실을 책임졌지만, 이제는 가해차량이 100% 책임을 지게 된다.

이와 함께 자전거도로, 회전교차로 등 새로 설치된 교통시설물에 대한 과실비율 기준도 12개 신설, 1개 변경됐다.

그동안 자전거 전용도로로 진입하는 차량과 자전거가 충돌 사고가 나면 보험회사가 차량 및 자전거의 쌍방과실(90대10)로 안내했지만 새로 신설된 기준에 따라 자전거 전용도로를 침범한 차량이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 또 회전교차로에 진입하는 차량과 회전하는 차량이 충돌할 경우 진입차 80%와 회전차 20%의 과실비율이 적용된다.

또 교차로에서 녹색신호에 직진하는 차량과 적색신호에 직진하는 긴급차량과 사고가 날 경우, 각각 60 대 40의 쌍방과실이 적용된다.

아울러 동일 보험회사간 사고나 자기차량손해담보 미가입 차량 사고는 '과실비율 분쟁심의위원회' 분쟁조정 대상에서 제외돼 소송을 통해서만 분쟁해결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난달 18일부터는 분쟁심의위원회가 동일 보험회사간 사고 및 자기차량손해담보 미가입 사고에 대해 심의의견을 제공하고 있다.

개정된 과실비율 인정 기준은 이달 30일부터 시행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피해자가 예측이나 회피하기 어려운 사고에 대해 가해자에게 더 무거운 과실 책임을 부과해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고 안전운전을 유도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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