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헝가리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 추모제가 열린 주 헝가리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추모객이 추모를 하고 있다.
[신소희 기자]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 사고로 생사(生死)를 달리한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고 있다.

6살 딸을 돌봐준 노부모를 위해 딸이 여행을 준비했다가 참변을 당한 사연이 있는가 하면, 사고를 당한 남매 중 누나만 구조되고 남동생은 아직까지 실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고 부부 중 남편만 구조된 경우도 있었다.

현지 가이드 겸 사진작가를 꿈꿨던 청년 이모(29)씨는 너무나 매력적인 헝가리에서 일자리를 얻은 기쁨에 실습 삼아 배에 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가족은 이씨 실종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듣고 31일 오후 부랴부랴 출국 길에 올랐다. 이씨의 대학 친구인 총신대 졸업생 A씨는 “3시간 전에 실종자 명단에서 이씨 이름을 확인하고 대학 동문들 모두 충격에 빠진 상태”라고 전했다.

또 부부 세 쌍이 동반 해외여행을 나섰다가 사고를 당했다.

캘리그래피(손으로 쓴 그림문자) 전문가 정모 씨(32·여)는 남동생(28)과 함께 여행을 갔다가 이번 사고를 당했다. 정 씨는 유람선이 침몰하는 순간에도 동갑내기 탑승객 윤모 씨(32·여)와 윤 씨의 어머니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다행히 구조됐다.

하지만 남동생의 이름은 구조자 명단에 없었다. 정 씨에게 캘리그래피 수업을 받았던 제자 A 씨는 “선생님은 봉사활동도 하면서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정말 많이 했던 분”이라며 “글씨 하나를 써도 수백 번씩 연습하는 ‘노력파’ 미술가였다”고 전했다.

유람선 탑승객 중에는 부산외국어대 3학년 김모 씨(21·여)도 포함돼 있다. 김 씨는 어머니와 두 이모, 외숙모와 함께 유람선에 올랐지만 이 중 외숙모만 구조됐다. 김 씨는 당초 이번 여행에 나설 계획이 없었지만 여행을 가기로 했던 가족 중 한 명이 개인 사정으로 불참하는 바람에 대신 간 것으로 알려졌다.

생애 첫 해외여행에 나섰다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유람선 침몰 사고를 당한 정모 씨(64·여)의 사연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남편 김기현 씨(77)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새로 마련한 집이 너무 좋다며 한 달 넘게 손수 집을 꾸몄다”며 “새집에 살게 된 아내는 들뜬 마음에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드는 날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여행을 떠나기 전 ‘지금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웃어 보이던 아내의 얼굴이 너무 그립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