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하태경 최고위원이 발언하는 동안 손학규 대표가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바른미래당에 또 다시 내홍에 휩쌓였다. 손학규 당대표에게 '정신 퇴락' 발언을 해 논란을 빚은 하태경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내분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1일 바른미래당에 따르면 하 최고위원은 지난달 22일 손 대표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라고 발언해 윤리위에 제소됐고, 당 윤리위원회는 같은 달 31일 전체회의를 열어 하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의결했다. 이르면 다음 주 중에도 징계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 일각에서는 ‘최고위원회에서의 수적열세에 있는 손학규 대표가 하 최고위원의 당직을 정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제기한다. 당 윤리위는 함께 올라온 유승민 전 대표, 이찬열 의원, 이준석 최고위원의 징계안에 대한 심사 절차는 착수 않기로 했다.

바른정당계 한 의원은 "당대표가 당을 사당화하는 도구로 쓰고 있는 것"이라며 "하태경 최고위원의 의결권을 뺏으려고 하는 게 분명하다"라고 날을 세웠다.

최고위 구성이 4대4로 꾸려지게 되면 손 대표의 입김이 강해질 수 있다. 당헌당규에는 "최고위 안건은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고, 가부동수의 경우 당대표가 결정권을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앞서 하 최고위원은 22일 당 최고위에서 손 대표의 독단적 당 운영을 지적하는 취지에서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혁신해야 하는 게 정치가의 숙명”이라며 “혁신을 못 해 몰락한 정치인을 수없이 봤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그는 SNS와 24일 회의석상에서 손 대표에게 공개 사과했다. 하 최고위원은 당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손 대표를 찾아뵙고 직접 사과드렸다.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죄송한 마음에 사과드린다"라며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31일 입장문을 내고 "당 갈등을 증폭시키는 편파적 결정으로써 심각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라며 "손 대표를 비난한 하태경 최고위원만 징계절차에 회부한 당 윤리위원회의 결정은 '친손무죄 반손유죄'의 논란을 일으킨다. 과연 꼭두각시는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5일 당시 바른미래당 소속이던 이언주 의원은 손 대표를 향해 ‘찌질하다’고 비난한 등의 이유로 당원권 정지 1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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