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유정
[신소희 기자] 제주도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한 고유정(36)씨의 범행을 둘러싼 행각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고씨에게 살해당한 피해자인 전 남편의 혈흔에서 수면제 성분 가운데 하나인 졸피뎀이 검출된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그동안 외소한 체격의 고씨가 키 180㎝가 넘는 건장한 체구의 피해자를 어떻게 살해할 수 있었는 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될 전망이다.

10일 제주 동부경찰서는 고유정의 차량에서 채취한 피해자의 혈흔을 분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다는 회신을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고유정은 지난달 제주에 내려오기 전날인 17일 청주시의 한 약국에서 수면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고유정은 경찰에 "감기 등 증세가 있어 약을 처방받았다. 그 이후 약을 잃어버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경찰은 고씨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조사에서 나온 '니코틴 치사량' 등의 검색어를 토대로 범죄에 약극물 사용 여부를 의심해왔다.

이날 고씨가 잔혹한 범행 이후에 쓰고 남은 물품을 환불하는 등 평상심을 유지했던 정황도드러났다.

제주 동부경찰서는 고유정이 전 남편을 살해한 이후 남은 물품을 마트에 환불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지난달 28일 오후 3시25분께 고유정이 태연하게 마트에서 범행 과정에서 쓰고 남은 물품을 환불하고 빠져나가는 장면이 담겨있다.

고씨는 사건 발생 사흘전인 지난달 22일 오후 11시께 제주시내 같은 마트에서 흉기와 표백제, 부탄가스, 고무장갑 등을 구입한 바 있다.

이같은 고유정의 범죄 행각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시오패스 혹은 사이코패스와 같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특히 고씨의 밝혀진 범행 수법은 범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역대 가장 잔인한 범죄”라는 평가다.

이윤호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시신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훼손했다"며 "한때 배우자였던 사람을 잔인하게 분해할 정도면 역대 가장 잔인한 범인을 보고 있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이나미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몇 년 사이 인기를 끈 드라마나 영화를 모방한 것이 아닌가 싶다"며 "(그런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왔던 것들과) 범행 행각이 상당히 비슷하다"고 말했다.

특히 고씨는 범행 사흘 전 흉기와 표백제, 부탄가스, 고무장갑 등을 구입하고 범행 후 남은 표백제를 환불한 사실이 알려지며 다시 한 번 충격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검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고씨가 사이코패스적 특징인 공감능력 결여의 모습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임명국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오랫동안 같이 살던 남편을 토막 낸 후 표백제를 사용하고, 이걸 또 환불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이성적 사람의 범행으로 절대 설명하기 어렵다"며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매우 냉담한, 죄책감이 결여된 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을 보인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공정식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서적으로 둔감하고 잔인함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특성을 보인다는 측면에서 고씨가 사이코패스라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봤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사이코패스의 95%는 범죄와 일탈 사이를 오가며 살고 5%만이 범죄와 연관된 삶을 산다"며 "여태까지 평온하게 살아온 것으로 보이는 고씨의 범행을 촉발한 요인이 무엇이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고씨의 차량에서 채취한 강씨 혈흔에서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다는 결과를 회신받았다. 고씨의 약극물 사용을 의심해 온 경찰은 이를 토대로 정확한 범죄 방법을 확인할 방침이다.

고씨는 여전히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며 계획 범죄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오는 12일까지 사건 전말을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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