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1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 조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4당 대표들이 지난 10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빠진 채로 '초월회'(당파를 초월해 협력을 도모하자는 뜻의 여야 당대표들의 모임)를 열었다. 두 달 넘게 국회 파행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과 지난 5월 모임에 이어 또 다시 불참한 황 대표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이날 문 의장은 "뭐니뭐니해도 빨리 국회가 열려야 한다"며 "모든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는 국회가 활성화되고 국회에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시급한 추경과 민생현안에 대해 여야의 협력이 가장 필요할 때"라며 국회 복귀를 거부하고 있는 한국당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초월회 참석 대신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백선엽 장군을 예방했다. 황 대표는 백 장군 예방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초월회 불참을 비판하는 당대표들을 향해 "지금 우리 당이 국회를 나와 이렇게 힘든 떠돌이 정치를 하고 있다"며 "방금 비난했다고 하는 그 분들이 결국 우리를 국회에서 나올 수 밖에 없게 하신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황 대표는 "경제를 잘 운영을 하면 추경이 필요하지 않게 되는 것이 원칙 아니겠냐"며 "지금 민주당이 내놓은 추경안이 과연 정말 어렵고 갑자기 피해를 당한 분들을 위한 재해추경이라고 말할 수 있냐"고 말했다. 이어 "원칙에 어긋나는 저희에 대한 공격은 합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황 대표가 '대통령·3 당 대표 회동'에 이은 대통령과의 일대일 회담을 거듭 요구하며 '마이웨이' 행보와 그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 대표는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 직전인 지난 7 일 오후로 회동 시점을 제안한 것을 두고선 "협상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며 문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는데, 이런 황 대표의 태도를 두고 '보수 야권의 유일 주자'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국회 파행의 책임을 대통령과 여권에 돌리려는 셈법이란 분석이다.

대선주자 행보에 가까웠던 '민생투쟁 대장정'의 '피날레'를 대통령과의 일대일 회동으로 마무리, '문재인에 맞설 보수의 유일 대안'이라는 정치적 입지를 굳히기 위해 국회 파행의 장기화를 방치·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권에선 황 대표의 최근 발언을 두고 '비토크라시(반대정치)의 전형'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일에 제동을 걸어 '실패한 정권'의 낙인을 찍으려 한다는 것이다.이날 여권 관계자는 "황 대표가 일대일 회동에 대한 의지가 정말 있는지 모르겠다. 일대일 회동을 제안해 자신의 위상을 높인 뒤 정작 만나자고 하니 자꾸 공을 되넘기며 만남을 회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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