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 드러난 '전 남편 살해' 피의자 고유정
[신소희 기자]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고유정(36)의 범행 동기와 관련해 새로운 정황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16일 경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고유정은 범행에 앞서 지난달 18일 친아들과 함께 제주지역의 한 실내 놀이방을 방문했다. 이 놀이방은 아동의 이름과 부모 연락처, 입실 시간 등 기록을 남겨두는 곳이다. 당시 고유정은 방문 기록을 직접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방문 기록에 고유정은 전 남편 강모(36)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의 성씨를 ‘강씨’가 아닌 ‘H씨’로 바꿔 적었다.

‘H씨’는 2017년 11월 고유정과 재혼한 현재 남편의 성씨다. 전 남편의 아들인 만큼 실제 성씨는 '강씨'지만 현재 남편의 성씨인 'H씨'로 바꿔 적은 것이다. 전남편과의 관계를 부정하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현 남편의 아들로 만들고 싶은 심리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법적으로 재혼한 남편 호적에 아들을 등록하려면 전 남편의 동의가 필요하다.

전 남편은 소송을 통해 면접교섭권을 얻으려 오랜 기간 노력하는 등 아들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만큼 이를 쉽게 동의해주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사실을 파악했지만, 직접적인 증거가 아닌 고유정의 동선 파악과 아들을 현재 남편의 아들로 인식시키려고 했다는 정황으로 참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근 열린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최종 수사브리핑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고씨가 전 남편인 피해자와 자녀의 면접교섭으로 인해 재혼한 현재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깨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며 "피해자의 존재로 인해 갈등과 스트레스가 계속될 것이라는 극심한 불안이 범행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의붓아들 사망 당일 고유정 추정 커뮤니티 글 "애들이 솜사탕 좋아해"

한편 '고유정의 의붓아들(4) 사망 당일 아파트 커뮤니티에 아이들을 위한 입주 기념행사를 제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고씨의 아파트 입주민들에 따르면, 고씨 가족 중 한 명이 지난 3월2일 오전 0시5분 이 아파트 입주자 커뮤니티에 입주 1주년 기념행사 공지 글에 댓글을 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글이 고씨가 직접 쓴 글인지, 고씨와 같은 집에 사는 현 남편 A(38)씨가 작성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아파트 입주자 커뮤니티에는 실제 입주자들만 동-호수 아이디를 써서 가입할 수 있다고 한다.

고씨로 추정되는 글쓴이는 댓글에서 "아파트에 영·유아, 초·중·고 자녀를 두신 분들이 많아 두루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각종 놀이, 체육, 실현가능한 프로그램 참고하여)과 풍선아트, 페이스 페인팅, 특히 솜사탕(솜사탕을 직접 만들어주는 곳을 보기 힘들더라구요. 애들이 너무 좋아해서^^) 등등을 이벤트식으로 넣어서 입주자분들이 참여하는 즐거운 소통의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라며 "바자회도 꼭 열렸으면 해요"라고 제안했다.

이 글이 게재되고 10시간 뒤인 3월2일 오전 10시께 고씨의 의붓아들 B(4)군은 작은방 침대에서 친아버지인 A씨와 잠을 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고씨 가족이 아파트 입주자 커뮤니티에 글을 남긴 걸 아직 보지 못했다"며 "누가 작성한 글인지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