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조선 캡처/국민일보 갈무리
[이미영 기자] 검찰이 '정태수(96) 전 한보그룹 회장이 숨졌다'는 넷째 아들 한근(54)씨의 진술과 일치하는 사망 증명서 등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면서  ‘한보사태’의 장본인 정 전 회장의 사망 사실이 확인됐다.

2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예세민)는 지난 22일 국내로 송환된 정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 전 회장이 지난해 12월1일 에콰도르에서 숨졌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인했다.

정씨는 조사 과정에서 정 전 회장의 사망 사실을 입증할 관련 자료가 압수된 소지품에 들어있다고도 진술했다. 여행가방 등 정씨 소지품은 전날 외교 행랑 편으로 외교부를 통해 국내로 들어왔고, 검찰은 이를 인계받았다.

검찰이 확보한 관련 자료에는 정 전 회장 사망 증명서, 유골함, 정 전 회장의 키르기스스탄 국적 위조 여권 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정 전 회장 사망 증명서는 에콰도르당국이 발급한 것으로, 정 전 회장의 위조 여권상 이름과 함께 그가 지난해 12월 숨졌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확인됐다.

정태수는 누구?

정태수 전 회장은 부실기업에 대한 특혜 대출, 정경유착 등 한국경제의 치부가 드러난 이른바 ‘한보사태’의 장본인이다.

1923년 생으로 국세청 세무공무원으로 일했던 정 전 회장은 1974년 ‘한보상사’를 설립하며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그는 52세. 비교적 늦은 나이에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급속도로 성장했다. 창업 2년 뒤 ‘한보주택’을 세워 서울 대치동에 ‘은미아파트’를 건설, 큰돈을 벌었고 1980년에는 ‘한보철강’을 시작하며 한보그룹은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재계서열 14위까지 성장했던 한보그룹은 1997년 1월 한보철강의 부도로 위기를 맞았다. 무리한 사업 확장이 화근이 됐다. 당시 한보그룹이 은행권 등에서 받은 대출 규모는 약 5조원. 사실상 부실기업이었던 한보그룹이 이같이 큰 규모의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정관계 고위 인사 등에게 각종 로비를 하면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이후 정치인, 전직 은행장 등 10여명과 고(故) 김영삼 대통령 차남 김현철씨까지 구속되면서 이 사건은 사상 최대 금융비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1997년 4월 국회 청문회 당시 정 전 회장이 했던 발언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한보그룹 임원과 자신이 밝힌 비자금 액수에 차이가 난다는 지적을 받자 “자금이라는건 주인인 내가 알지 머슴이 어떻게 압니까?”라고 말했다. 국민들은 정 전 회장이 회사 직원인 임원을 “머슴”으로 지칭한 데 크게 분노했다.

정 전 회장은 같은 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환자복 차림에 휠체어를 타고 법정을 드나들던 정 전 회장의 모습은 이후 여러 재벌총수 등에 의해 ‘패러디’됐다. 그는 수감 생활 6년 만인 2002년 병보석으로 특별사면됐으나 이후 다른 횡령 사건으로 다시 재판을 받던 중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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