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제주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은닉한 고유정(36·구속기소)이 피해자의 시신 일부를 보관하고 있을 거란 의구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고씨는 시신을 제주~완도 간 여객선 항로와 아버지 소유의 김포시 아파트에서 2차에 걸쳐 버렸지만, 혈흔이 묻은 흉기와 범행 장소를 찍은 휴대전화는 경찰 체포 직전까지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고씨는 중요한 일을 하거나 일상에서의 자신의 행동들을 사진을 찍어 보관하는 습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습성을 잘 알고 있는 피해자의 유족들은 고씨가 시신 일부를 어딘가에 감춰놓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9일 뉴시스와 제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피해자 유족들은 고유정의 청주시 자택과 이동 경로 등에 감춰져 있을지도 모르는 시신 존재 유무에 대한 수색을 요청하고 있다.

경찰도 이런 유족들의 요청과 시신없는 재판으로 행여나 고씨의 처벌 수위가 낮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해 시신 수색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이 이달 13일이 피해자의 49재인데 아직까지 시신을 못 찾아 가족 전체가 애가 탄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인천시와 김포시 소각장에서 발견된 다수의 뼈 추정 물체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DNA 감식 결과 모두 동물 뼈인 것으로 판명됐다.

경찰은 고유정이 펜션 인근에서 버린 쓰레기 봉투를 근거로 유족 측이 요청한 제주시 환경자원순환센터 내 광역소각장을 수색해 뼈 추정 물체를 발견했다.

그러나 이 뼈 추정 물체도 피해자의 시신 일부 일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태여서 유가족 측의 상심이 깊어지고 있다. 유가족은 현재 혹여나 피해자의 시신 일부라도 발견되지 않을까 기다리면서 장례 절차를 미루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들의 아픔을 달래주기 위해서 시신 유기 가능성이 있는 모든 위치에 대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시신 수색·발견에 최선을 다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피해자와 주고 받은 편지와 서로의 영문 이니셜이 새겨진 커플링을 보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전화통화에서 "고유정은 유족들이 의심을 할 만큼 생활 패턴 등 습벽을 봤을 때 자신만 아는 공간 등에 (시신을)유기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수사상 한 번 점검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파일러(범죄심리전문가)인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보통 범인들은 자기가 사용한 흉기를 전부 유기하거나 버지만 고씨는 흉기를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었다"면서 "이는 우발적 살인 유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본인의 잔혹성을 다시 상기하려는 유형의 범죄자들의 특징과 닮은 측면이 많다"고 분석했다.

한편 고유정의 의붓아들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충북 경찰은 오는 10일 고씨에 대한 4차 대면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청주 상당경찰서는 이날 제주교도소로 수사관들을 보내 피고소인 신분인 고씨를 상대로 막바지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고씨는 그동안 제주교도소에서 진행된 3차례 조사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의붓아들 살해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고씨에 대한 추가 조사가 끝나는대로 고씨를 자신의 아들에 대한 살인 혐의로 고소한 현 남편 A(37)씨와의 대질조사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씨는 5월25일 제주로 내려가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6월1일 청주 자택에서 긴급체포된 뒤 7월1일 살인, 사체손괴·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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