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출신 행장’ 여론 의식한 듯

▲ 권선주 기업은행장
권선주(57) 기업은행 부행장(리스크관리본부장)이 차기 기업은행장에 선임, 기업은행 역사상 첫 여성 행장이자 두 번째 공채 출신 은행장이 됐다.

23일 금융위원회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신임 기업은행장으로 권선주 현 기업은행 부행장을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권 내정자는 경기여자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방이역지점장, CS센터장, PB부사업단장, 여신·외환지원센터장, 외환사업부장, 중부지역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리스크관리본부장과 금융소비자보호센터장 등 기업은행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치며 다양한 경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리스크관리를 통한 은행의 건전성을 제고하면서 실물경제의 활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그는 행내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앞세워 직원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상사로 통한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의 소유자라는 평이다.

금융위는 권 내정자와 허경욱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놓고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낙하산 출신 인사를 강력히 반대하며 은행 출신 행장을 원하는 기업은행 내부 여론을 무시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장은 조준희 현 행장 이전까지 정부 출신 관료들이 자리를 차지해 왔다. 원샷인사 등 혁신을 불러 일으키며 직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조 행장의 연임이 불투명해지자 노조는 성명서를 내는 등 '모피아 바람'을 차단하려고 애썼다.

이런 조 행장의 후임으로 낯선 사람을 기업은행장에 앉히기는 힘들었을 것이란 게 금융권의 추측이다. 공채 출신으로서 창구 업무부터 차근 차근 은행 경력을 쌓은 권 내정자를 최종 낙점한 이유 중 하나다.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받은 권 내정자는 대통령의 임명 이후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