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삼성전자 온양캠퍼스(충청남도 아산 소재)를 방문해 현장경영에 나섰다. 오른쪽부터 이재용 부회장,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백홍주 TSP총괄 부사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이미영 기자]이재용 부회장이 현장 경영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 발표 직후인 8월1일과 6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사장단 긴급 비상회의를 개최했다. 앞서 7월에는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 등 위기가 불거진 이후 최전방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자리에 앉아 천리를 내다보는 총수스타일보다는 야전사령관으로 나섰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내려질 것이란 예측이다. 애초 5월 중에 선고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지금까지 계속 미뤄져 왔다. 그런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 달에도 선고가 내려지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대법원이 이 부회장을 비롯해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 등과 관련한 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것은 지난 2월이다. 이후 전원합의체는 총 6번의 심리를 열었고 6월 20일 최종적으로 심리를 종결했다.

처음 심리가 진행될 때만 해도 적어도 5월엔 선고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6월까지 계속해서 심리가 이어졌고 심리가 종결된 후 판결문 작성 등을 고려하면 7월쯤에 선고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법조계에선 '8월 선고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종심리까지 끝나고 두 달째에 접어드는 이번 달엔 충분히 결론을 내렸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 내부에선 이번 일본의 무역 보복이 여러 가지 면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이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가 아닌 징역형을 선고할 경우 문재인 정부가 여러 가지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일본의 불화수소 수출제한이 발표되던 주말에 곧바로 일본에 간 것은 물론이고, 어느 때보다도 대외적 행보를 보이며 메시지를 내뱉고 있다.

삼성 홍보 라인은 이미 지난 6월부터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16일에는 ‘이재용 부회장,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전략행보 가속화’라는 제목의 보도 참고자료를 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부문별 경영 전략 및 투자 현황을 직접 챙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자료를 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4일 삼성전자 수원캠퍼스에서 아이엠(IT& Mobile·스마트폰 등)부문 사장단으로부터 글로벌전략회의 결과를 보고받고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하반기 경영 전략을 재점검하고 어떠한 경영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말고 미래를 위한 투자는 차질 없이 집행할 것을 주문했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또 그는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그동안의 성과를 수성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 삼성과 관련한 대부분 고발 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집중돼 있다. 특수2부는 삼성을 수사하기 위해 인력 등 수사력을 보강한 바 있다. 윤 총장은 인사 전 수사팀에 “삼성 수사를 흔들림 없이 이어갈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삼성 수사를 이끌던 주요 라인을 보면 윤 총장의 당부대로 흔들림 없이 삼성 수사를 이어가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번 인사를 통해 승진함과 동시에, 삼성 수사를 이끄는 데 적합한 보직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우선 삼바 수사를 지휘하던 한동훈 3차장은 검사장으로 승진하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맡게 됐다. 전국 특수수사를 지휘 및 감독하는 반부패강력부장은 삼성 수사를 조율하는데 딱 맞는 위치다.

어쨌건 검찰은 이 같은 인사를 통해 삼성 수사 의지를 드러냈지만 때마침 터진 일본과의 무역전쟁에 삼성이 한 가운데 서게 됐고, 이 부회장이 이를 진두지휘하는 모습으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이재용 부회장의 운명의 8월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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