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오늘을 이기고 내일로 나아갑시다’ 대국민 담화 발표를 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내일로 다가온 광복절을 맞아 대국민담화를 냈다. 조금은 생소한 '대국민담화'는 국회 로텐더홀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였다.

기자회견, 대국민 메시지 등의 말을 놔두고 굳이 대국민 '담화'라는 용어를 선택한 것도 '오버'로 들린다.

이승만 동상 옆을 발표 장소로 잡은 것도 ‘난센스’다. 국회 본관 중앙홀에는 세종대왕, 충무공 이순신 장군 등 다른 분의 동상도 많은데 하필 이승만 전 대통령을 배경으로 삼았을까. 황 대표가 이날 내세운 핵심가치인 자유·민주·공정과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황 대표는 담화에서 "5년 단임 정권이 영속해야 할 대한민국의 체제를 바꾸려 하다가 지금의 국가적 대위기를 불러오고 있는 것"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국정이 과거에 매몰되면서 미래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사라졌고, 상대를 향한 증오와 사회적 갈등이 증폭돼 국가 성장 에너지가 소멸되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건강한 정책 경쟁이 가능하려면 대통령과 이 정권의 무모한 고집부터 버려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신을 차려달라는 국민의 절규를 들어달라. 이제라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돌아와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광복절을 하루 앞둔 이날 담화에서 일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일본군 위안부는 자발적 영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한테 손뼉을 치는 국회의원들이 즐비한 정당이 한국당이다.

한겨레 이종구 편집인은 "아직도 ‘내선일체’와 ‘황국신민’의 꿈을 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믿고 의지하는 정당이 자유한국당이다. 황 대표는 광복절 담화 마이크를 잡기 전에 이런 상황부터 정리해야 옳다."고 지적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황 대표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 "한일 경제 갈등의 전쟁적 상황 등 대한민국의 절박한 현실에 대한 인식도, 현안에 대한 정책에 대한 이해도, 미래에 대한 비전도 없었다"며 "무엇보다 취임 후 줄곧 사사건건 정쟁으로 중요한 고비고비 순간마다 국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도록 한 것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시기도, 로텐더 홀이라는 장소도, 느닷없이 '저의 꿈을 말씀드린다'는 등의 여러 표현들도, 심지어 발표된 내용들도 참으로 당황스럽다"며 "그나마 몇몇 드러낸 정책에 관한 한 두 구절 언급은 공정시장경제와 복지 등 제반 정책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또 "느닷없는 제1야당 대표의 '대국민담화'라는 낯선 퍼포먼스는 결국 황교안 대표의 대권 놀음에 불과하였던가"라며 "한국당이라는 그 대표 직함마저 아쉽고 부끄러운 '퍼포먼스'였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무소속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자기도 대통령 하려는 분이 대통령을 반대하고 비판하더라도 금도는 지켜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을 배경화면으로 펼친 황 대표의 대국민 담화는 한마디로 블랙 코미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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