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대기자

'안개정국'

여야가 어렵게 합의한 9월 2~3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유한국당은 조 후보자의 부인과 자녀 어머니 등 직계가족까지 증인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더불어민주당은 ‘망신 주기, 흠집 내기를 노린 가족 청문회’는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을 막판까지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애초 요구한 조 후보자 가족 중에서 딸만 뺀 나머지를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 그러면서 청문회 일정을 연기해서라도 가족을 반드시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관 청문회를 전례없이 이틀간 하고, 후보자의 온 가족을 증언대에 세우자는 데 이어 어렵게 합의한 청문회 일정까지 연기하자는 의도는 뻔해 보인다. 조 후보자에 대한 정치공세를 추석 직전까지 끌고 가 ‘조국 이슈’를 최대한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다.

민주당도 문제가 있다. 한국당의 정치공세가 도를 넘은 면은 있지만, 청문회가 원활히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할 일차적 책임은 여당에 있다. 법사위에서 증인 채택을 위해 표결에 들어가려 하자 난데없이 최장 90일 동안 운영되는 안건조정위 구성을 요구한 것은 누가 봐도 구차했다. 청문회 개최가 불투명해지자 여당 일각에서 다시 ‘국민청문회’ 카드가 거론된다고 하는데 법적 효력도 없고, 설득력도 떨어진다.

사실 여야가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진흙탕 싸움을 하는 민망한 민낯은 익숙한 모습이다. 야당은 무차별 의혹을 제기하고, 여당은 무조건 방어에 급급하는 구태에 시민들은 지쳐가고 있다.

30일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 후보자의 장관 임명 반대(57%)가 찬성(27%)을 압도했다. 특히 수도권·20대 및 부산·경남(PK) 등 정권 지지층에서 반대가 찬성의 2배가 넘었다.

이런 민심을 억지 주장으로 뒤집을 수 있다고 여권이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최근 조 후보자를 비판했던 심상정 대표는 “인사청문회를 앞둔 압수수색은 명백한 정치행위” “지금은 문재인정부인데 우리 기준으로 다 안 된다고 하면 합리적이지 않다”고 했다. 갑자기 입장을 바꾼 건 납득하기 어렵다.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민주당과 거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내로남불'

최소한의 설득 논리와 역지사지의 이해를 구하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 보가 어렵다. 여야 모두 '내편 아니면 무조건 적'이란 논리로 9월을 열었다. 하지만 청문회 증인채택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좀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국민에게 위임받은 의회의 검증 제도다. 국회의원들의 의혹 제기도 필요하지만, 시민들은 후보자의 해명을 직접 듣고 판단할 권리가 있다. 청문회를 열지 않는 건 국민들에게서 이런 알권리를 빼앗는 것과 같다. 정치적 득실에 따라 청문회를 흔드는 건 국민의 뜻이 아니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청문회가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도록 정치적 유연성을 보여줘야 한다. 자기부정과 내적 성찰 없는 작금의 정치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국민을 조롱하는 정치는 멈췄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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