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대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국회 검증무대에 섰다. 청문회가 아닌 ‘국민 검증 기자간담회’.

조 후보자는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논란을 해명했지만 “모르겠다” “수사로 밝혀질 일”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여당은 “야당이 청문회를 무산시켜 불가피하게 마련된 장”이라고 했고 야당은 “대국민 사기 콘서트”라고 날을 세웠다.

이날 조 후부자의 기자간담회는 제한 없이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는 자리였지만 방송으로 대국민 소명을 하는 자리로 변질됐다. 사모펀드 운영의 열쇠를 쥐고 있는 조 후보자의 5촌 조카가 해외 도피 정황이 있는 상태에서 조 후보자의 부인 설명은 검증할 방법이 없다. 가족펀드에 대한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 후보자의 모른다는 일방적 주장은 설득력이 없지만 거기까지였다.

상속세를 회피한 '세테크'와 상속재산도 없이 어떻게 재산을 일궜는지 등에 대한 해명도 불충분했고 설득력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실제 조 후보자가 거짓말을 하더라도 검증절차 없이 후보자의 일방적 주장만 듣는 자리였다.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그 다음에는 의심받지만, 되풀이 하면 결국 모든 사람이 믿게 된다'는 독일 히틀러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이었던 괴벨스의 말이 명언처럼 들린다.

2000년 인사청문제도가 도입된 이후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대신 언론을 통한 ‘셀프 청문회’는 여야의 정치력 부재가 빚어낸 부끄러운 자화상이었다.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청문회를 계속 지연시켜 온 자유한국당의 책임이 크다. 이날 오전 가족 증인 채택을 양보하는 대신 청문회 일정 연기 카드를 내놓았지만, 이 역시 청문회 무산 책임을 피하고 추석 때까지 ‘조국 이슈’를 끌고 가겠다는 정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기자간담회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청와대와 여당의 주장을 탓할 수도 없다.

조국 기자회견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극과 극이었다. 간담회를 지켜본 시민들도 한편에선 해명됐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선 의혹이 증폭됐다고 했다. 결국 ‘조국 이슈’는 후보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가 진영싸움의 장이 됐다.

조 후보자는 이날 거취표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만신창이가 됐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겠다"며 "검찰 개혁이 마지막 소명"이라고 했다. 하지만 공허하게 들린다. 이제 청문회는 물 건너 갔고 문재인 대통령은 의지대로 장관에 임명할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오늘은 조국의, 조국에 의한, 조국을 위한 날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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