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 16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문재인 정부의 금융소비자보호 혁신방향>을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이 발제한 내용이다.

▲소비자중심 금융환경 조성을 위한 혁신방안 토론문

금융서비스는 다른 산업에 비해 정보의 비대칭성이 매우 큰 분야이다. 금융거래 시 필요한 정보의 양과 질 측면에서 금융회사에 비해 소비자는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화로 금융소비자의 편익은 증가하였지만 새로운 유형과 위험에 소비자는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다.

최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와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로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논의가 다시 본격화된 느낌이다. 해당 파생상품을 판매한 대형은행은 금융감독원의 집중조사를 받고 있다.

금감원은 DLF 사태의 원인을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는데, 금리 하락기에 상품 판매가 강행된 이유와 고위험성 상품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상품을 판매한 금융회사에만 책임이 있고 고위험의 파생상품을 판매하도록 허가한 금융당국은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2018년 금융위원회가 실시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4명만이 금융회사를 신뢰한다는 결과가 나와 일반 국민들은 금융소비자 보호수준이 매우 낮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에 노력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3.9%로 금융당국, 금융회사 모두 신뢰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금융에서의 소비자보호는 금융당국과 금융회사 양측 모두 신뢰를 얻어야 해결될 수 있다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금융산업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산업이다. 소비자 신뢰가 무너지게 되면 금융시장은 역동성을 잃게 되고 소비자는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 매우 소극적인 행동을 취하게 된다. 선진 외국에서 금융소비자보호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단순히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을 넘어 금융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인 것이다. 소비자가 합리적이고 적절하게 자신에게 맞는 금융상품 및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금융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

금융에 있어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제대로 된 보호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일단 법적인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지난 2011년 18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후 여러차례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8년째 여전히 국회에 계류중이다. 금융소비자법의 조속한 통과로 금융소비자의 기본 틀을 확립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금융감독 체계 개편과 금융사 내부통제 강화되는 것이 시급하다. 국내 금융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은 감사, 준법감시, 리스크관리 조직이 시차를 두고 도입되어 권한과 책임에 있어 혼란스럽고 내부에서 실효적으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 효과적인 리스크 통제를 위해서 내부통제 주체들에게 적절한 책임을 부여하고 소비자보호 이슈 등에 적절한 규모의 인력을 투입과 소비자보호 관련 내부통제 기능이 시스템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금융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회사대표의 의지가 없을 경우 소비자보호 관련 부서들이 힘을갖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금융에 있어 소비자 정보의 비대칭성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상품 판매 전 과정에 있어 기획-판매-판매이후 전과정에서 작동하는 금융회사의 의무규정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제도개선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소비자 접근성이 부족하고 용어에 대한 설명 부족, 상품 간 비교 한계 등 문제가 많다. 금융소비자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도록 행동할 의무(수탁자책임)를 부과하고 판매 전과정에 대해 모든 직원 대상 교육, 필수 안내사항에 대해 적극적 공시, 취약계층 소비자에 대해 금융업권 공통 가이드라인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이 입체적으로 시행되어야 제대로 된 금융소비자보호가 이루어질 것이다.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가 소비자 친화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보호에 대한 법제화와 더불어 소비자보호를 중시하는 회사 내 문화 개선 등 경성과 연성 규제가 병행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법률에 의해 엄격하게 소비자보호시스템이 움직여야 시장에서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다. 금융회사들이 소비자를 두려워하기보다는 금융당국을 신경쓰고 있고, 소비자보호시스템이 법률에 근거하기보다는 당국의 판단과 해석에 의해 작동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사전적인 소비자피해 예방이 우선적으로 중요하지만 이미 발생한 소비자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개선 또한 필요하다. 분쟁조정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조정이탈금지제도가 신속하게 시행되어야 하고 집단소송, 입증책임전환, 징벌적손해배상 제도 등이 도입되어 사업자들의 불법행위를 억제하고 소비자 피해구제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법제도 기반 마련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금융의 건전성 감독기능과 소비자보호 기능의 분리를 통해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기구가 설립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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